'메이지유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7.02 일본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2. 2010.06.18 일본아, 그만해라! 1
2007년~현재/시 사2011. 7. 2. 23:23

세상에 언론이라는 이름을 단 매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때로는 이해불능 기사를 양산해 내는 곳도 눈에 띄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풍요 속의 빈곤을 절감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우익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하면 산케이신문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우익 대변지는 산케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포탈에 올라와 있는 기사 중에 눈길을 끄는 게 일본에서 발행되고 있는 모 인터넷 신문이 올려 놓은 기사인데, 산케이신문 칼럼을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우를 범하고 있어 약간 화가 나서 급하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땐 일본 우익의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칼럼인데, 이를 마치 일본 지식인(언론)의 분석인양 전하고 있어 많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 기사에 의하면 산케이신문 편집위원인 오노 토시아키씨가 쓴 칼럼 '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글에서 오노씨는 지진과 방사능 유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는데요. 하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믿음, 다른 하나는 일본 왕인 천황에 대한 신뢰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그 기사의 일부 입니다.

 

(중략)칼럼에서는 "이 정도의 대규모 재해에도 일본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일본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기다리면 반드시 어떻게든 된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아무리 붐비는 전철이라도 줄 서서 기다리면 언젠가 반드시 탈 수 있고, 질서를 지키면 배신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심리로, 엄청난 재해 후에 힘든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피해자를 죽어가도록 놔두지 않고 반드시 구조의 손을 뻗어줄 것이라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천황의 존재다.

 

일본인은 최고권력자가 어떻든 최종적으로 서민을 지켜주는 이는 최고권력자 위의 존재 즉, 천황이 있다는 데 안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서민을 소홀하게 대하는 권력자가 있다면 천황이 용서할 리 없다는 잠재적인 신뢰감이 일본인에게 "기다리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오노 씨는 일본인들의 천황에 대한 신뢰감을 지나온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럽이나 중국, 한국 등 많은 왕후귀족들은 서민들의 착취와 탄압을 통해 권력을 잡고 유지해왔다. 권력 유지를 위해 서민들의 희생은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졌지만, 유일하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흑기로 묘사된 에도시대 막번체제의 서민들은 절대 가혹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재난 직후에도, 천황이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자, 일본 국민들은 마음 한 켠에 자신들의 신뢰감을 배신당하지 않았다는 안심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어 오노 씨는 "그러나 요즘 정부를 보면 부디 이 신뢰감을 무너뜨리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칼럼을 마쳤다.

 

한 마디로 강아지가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무비판적으로 소개하게 되면 독자들은 혼란스러워집니다. 기자의 양식으로 제대로 분석 후 소개함이 옳다고 봅니다.

도대체 어떤 글이었는지 궁금해서 산케이신문 웹사이트 들어가 한참을 찾아 확인해 봤더니, 뭐 별로 거론하고 싶지 않은 수준의 그렇고 그런 글이더군요. 그냥 자민족 우월주의자의 배설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문 클릭)

하지만 가끔은 이런 주장하는 일본인들 보면 솔직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대개가 보수 우익들 중에 자민족 우월주의자들이 많지요. 그런데 우리는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이 자민족 비하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종종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나라 잘 되자(?)고 집회하면서 남의 나라 국기인 성조기나 열심히 흔들고 대고 있으니 그 속에서 민족의 자존이 파고들 여지나 있겠습니까?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 입니다.
 

자, 각설하고 제가 보는 일본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첫째, 사무라이(무사) 문화 때문입니다. 잘 알다시피 일본 문화는 사무라이 문화입니다. 아주 오랜 세월 일본 사회는 사무라이 문화 속에 푹 젖어 살아 왔습니다. 그까짓 것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일본 사무라이에게는 평민을 처형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졌었다는 사실을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쉽게 받아드릴 수는 없을 겁니다.

 

한 마디로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회에서 어느 누가 나서 권익이니 민주주의니 할 수 있겠습니까? 자주적 근대화 운동이라 불리는 메이지유신의 주축 세력도 소외되었던 하급 사무라이들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기에 더해 이런 사회체제를 타파하고자 했던 70년대 학생운동조차도 권력에 의해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사무라이 문화는 지금도 일본 사회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성공한 시민혁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본이기 때문에 폭동이 불가능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 이는 산케이신문 편집위원 오노씨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사실인데요.

 

일본이 패전 이후,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보면 자민당 일당 독주체제였다는 사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젖혀두고 일본 국민 입장에서는 원초적인 빵 문제를 해결해 주었음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을 중산층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자민당이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또한 일본 정부 역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인 물은 썩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이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전쟁으로 인한 폐허 이후 그 짧은 기간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선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사회복지국가로 발전시켜준 점은 일본 국민들로부터 크게 인정받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것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신뢰는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 왕인 천황과 관련한 부분은 일본 우익들의 바람에 다름 아니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일본 우익에게 있어 천황의 존재는 절대적인 것입니다. 전에 일본 총리를 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씨가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神)의 나라"라고 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을 산적이 있는데요. 이런 일본 우월적 망발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천황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역사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일본의 천황제는 1945년 패전과 함께 종말을 고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 군부를 포함한 우익집단의 집요한 요구와 미국의 안일한 상황인식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일본이 패전을 인지했던 게, 대략 1943년 경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945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 전쟁을 이어갑니다. 무려 2년 가까이 전쟁을 더 끌어가면서 엄청나게 많은 병사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처럼 패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계속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천황제 유지를 약속 받기 위한 미국정부와의 협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차세계대전과 원폭은 관계가 없다고 믿습니다. 원폭은 천황제 유지를 위한 욕심의 산물입니다.

고로, 원폭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천황의 몫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왕인 천황은 전쟁에 대한 책임 뿐만 아니라 원폭에 대한 책임까지 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무튼, 천황제를 보는 일본 우익들의 생각 일단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에 때어나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다 죽어 갈 인간들 중에 신의 자식이 따로 있고, 인간의 자식이 따로 있다는 발상. 게다가 인간의 자식들 조차도 다시 귀족과 평민으로 구분해 나누려는 발상. 역시,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로 나는 받아드립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20

요즘 일본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동전의 양면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다수의 건전한 시민계층과 한 줌도 안되는 보수 우익 패거리 집단.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과거 군국주의의 추종자들은 벌떼처럼 준동하고 있는데 비해 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내 건전한 시민계층들은 확고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정치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지금까지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본 시민 사회의 수동적 정치 행태와 패전후에 맞이한 민주주의 역시 올바른 역사의 청산없이 군국주의의 잔재들에게 기득권을 쥐어준 미국이라는 점령군에 의해서 강요되고 이용된 거역할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 이다. 게다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국가의 리더를 민초들의 힘으로 뽑아보지 못한 이들의 정치력의 한계 역시도 정치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한국의 직선 대통령제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직선제는 세계 민주주의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피 흘리지 않고(혁명이 아닌 방법으로) 쟁취한 민중들의 투쟁에 의한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그랬던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일본에 수출하자고....

오늘의 일본 사회를 무대포적 광기의 도가니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있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역시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가 않다. 역사적 진실의 인과관계에는 무심한 채 자국중심의 내셔널리즘이라는 집단 최면에 내몰려진 다수의 군중과 이를 조장하며 악용하고 있는 보수 우익집단의 여론조작, 그 속에서 소리죽여 가슴으로만 이성적 판단을 호소해야 하는 가엾은 양심적 시민세력들.

현재 진행형인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피해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자극적인 눈물샘만을 찍기에 정신이 없는 편파 · 왜곡 언론에 의해서 또 이들에게만 맞겨놓은 채 뒷짐지고 구경만 하며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정부이기를 포기한 일본 정부에 의해서 정책 결정의 주체가 일본 정부와 의회 · 정책 담당자가 아닌 시골 촌로(村老)들의 입으로 옮겨간지 오래다. 그들이 내뱉는 감정 섞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시 그것이 정부의 정책인양 언론에 의해 선전 · 호도되는 비이성적 악순환만을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제 이들의 의도는 분명해졌고 일본 정부는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의 그릇된 현실인식과 안일한 꼼수적인 계산법은 북일 국교정상화와 북일 정상회담의 성과들을 일거에 날려 버리고 양국 관계를 다시 고착 상태로 빠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인정과 사과에 이은 납치 피해자 5명의 일시 귀국(10일간) 문제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일본 정부의 약속 불이행과 원조자금 즉 돈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는 가당치 않은 판단이 북한에 의해 보기좋게 거절당한 모양새로 진전없는 대치 상태만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납치 피해자들의 귀국 초기만 하더라도 북일 국교정상화의 주도권은 일본측이 쥐고 있는 듯 보였지만, 일본 정부의 일관성 없는 외교 정책은 다시 주도권을 북한쪽에 넘겨주고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미국을 향한 웃음 팔기와 여론 몰이식 북한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근거 없는 ~카더라 방송과 북한을 향한 비방 흑색 선전은 이제 도를 넘어서 북일 양국 관계의 골만 깊게 만드는 부작용만 심화시키고 있다. 핵이 있다 없다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연 핵이 있다면 그것이 일본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방송에 군사 전문가가 나와서 핵이 있더라도 그것을 실어나를 로켓이 없다면 무용지물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로켓이 없더라도 핵무기를 화물 콘테이너에 담아와서 일본에서 터지도록 한다면...." 음, 화물 콘테이너에 핵무기라) 그리고 귀순한 前북한 공작원이 쏟아내는 확인되지 않은 인터뷰 내용들, 또한 식량부족으로 인해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앙상한 모습이 담긴 영상, 쥐와 뱀이라도 먹어야 한다며 들로 산으로 쫓아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 오죽했으면 어제 모방송사에서는 마스게임 도중에 줄넘기에 실수한 어린이를 동그랗게 원안에 강조해서 보여주는 유치한 작태까지 서슴없이 방영했겠는가.


이렇듯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고 불합리하게 형성된 일본 국민들의 절대적 비판과 보수세력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와 평화 원칙에 입각해 북한에 대한 지원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제대로 된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래도 이 나라의 희망을 본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일시 귀국한 납치 피해자 5명을 조속한 시일내에 다시 북한으로 돌려 보내기 바란다. 그리고 정상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서 북한 당국과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및 희망자에 한하여 영구 귀국 보장 약속등을 조건으로 적극적인 외교 교섭에 임하라.


또한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역시도 불행했던 지난 식민역사에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참상에 대해 절절한 심정으로 반성하고 모든 정신적 · 물질적 보상을 약속하라. 그것만이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평화를 담보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