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20

우정산업 민영화를 향한 고이즈미 수상의 의지는 확고 합니다. 이번 내각 개편을 '우정산업 민영화 실현 내각' 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이고 우정산업 민영화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정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세력과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례로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반대한다면 왜 나를 총재로 선출했는가?" 자민당내의 반대세력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 입니다.

또한 지난 9월 하순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우정산업 민영화 문제를 화제로 삼기도 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본측에서는 이 문제를 화제로 삼기 위해 사전에 미국쪽에 부탁을 했다고도 합니다. 즉 부시대통령에게 일본의 우정산업 민영화 얘기를 꺼내달라는 부탁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현재 미일 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지 않습니까?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주일미군 재편문제가 있고, 쇠고기의 수입재개 문제라든가, 국제연합 개혁문제, 이라크 인도지원 문제 등 등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일 정상회담에 주어진 시간은 30분 밖에 안됐었다는 사실이지요.

그 와중에도 내정과제인 우정산업 민영화 문제를 화제로 삼고자 했다는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이 문제를 얼마나 절실하게 보고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이러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정산업 민영화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낮습니다.

우정산업 민영화 실현내각이라는 고이즈미 2기 내각 발족 직후에 실시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 내각이 실시해야 될 국정과제 1순위로 응답자의 52%가 연금과 복지문제를 들었구요. 두 번째가 경기회복과 고용대책 이었습니다. 우정산업 개혁에 대해서는 2%만이 점수를 주었거든요.

그렇다면 왜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산업 민영화에 올인하고 있는 것일까요?

먼저, 우정산업 민영화의 대체적인 윤곽만을 짧게 설명을 드리자면 공공 기관인 우정시설을 민영화해서 순수 주식회사화 하고 그 밑에 우편사업, 우편예금, 우편보험, 창구네트워크 등 4개의 민간회사로 분사화 하겠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우정산업 민영화의 목적은 우선 우편예금과 우편보험에 들어와 있는 350조엔을 민간으로 돌려서 경제 활성화에 연결시킨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돈의 대부분이 국채구입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이익도 있다는 점 입니다. 예를 들면 민영화에 의해 우편예금의 금리인하도 예상되고 있고, 또한 우편산업이 채산성에만 의존하다 보면 산간벽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자칫 우편산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결국, 앞선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살펴봤듯이 연금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해결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민영화를 통한 무한경쟁 체제로의 돌입은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보여진 고이즈미식 개혁의 진실은 사회보장 제도의 축소와 무한 시장경제주의 추종에 다름아니라는 불만 역시 팽팽해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고이즈미 총리의 우정산업 민영화 의도를 우정산업의 해외(유대자본) 매각 및 정쟁과 권력투쟁이라는 두 갈래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즉 해외 자본에 팔아 넘김과 동시에 반대파 제거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그것 입니다. 우정산업이 고이즈미 총리의 최대 라이벌인 하시모토(橋本)파의 아성이라는 점 때문 입니다.

그래서 반대파(정적)의 지지기반을 허물어버리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같은 여당내에서도 진지한 논의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완벽한' 민영화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없이 밀어붙이기식 강공책이 이를 뒷받침한다고나 할까요.


일본 정치의 파벌문제, 족벌정치. 이런 것들이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은 투명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풀어야지 반대파 제거라는 정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바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우정산업 민영화 법안이 반대파 여당의원들의 반란으로 국회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는 국회해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자민당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는 조심스런 진단 역시 일본 언론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 입니다. 분수령은 내년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