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20

요즘 일본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동전의 양면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다수의 건전한 시민계층과 한 줌도 안되는 보수 우익 패거리 집단.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과거 군국주의의 추종자들은 벌떼처럼 준동하고 있는데 비해 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내 건전한 시민계층들은 확고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정치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지금까지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본 시민 사회의 수동적 정치 행태와 패전후에 맞이한 민주주의 역시 올바른 역사의 청산없이 군국주의의 잔재들에게 기득권을 쥐어준 미국이라는 점령군에 의해서 강요되고 이용된 거역할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 이다. 게다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국가의 리더를 민초들의 힘으로 뽑아보지 못한 이들의 정치력의 한계 역시도 정치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한국의 직선 대통령제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직선제는 세계 민주주의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피 흘리지 않고(혁명이 아닌 방법으로) 쟁취한 민중들의 투쟁에 의한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그랬던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일본에 수출하자고....

오늘의 일본 사회를 무대포적 광기의 도가니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있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역시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가 않다. 역사적 진실의 인과관계에는 무심한 채 자국중심의 내셔널리즘이라는 집단 최면에 내몰려진 다수의 군중과 이를 조장하며 악용하고 있는 보수 우익집단의 여론조작, 그 속에서 소리죽여 가슴으로만 이성적 판단을 호소해야 하는 가엾은 양심적 시민세력들.

현재 진행형인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피해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자극적인 눈물샘만을 찍기에 정신이 없는 편파 · 왜곡 언론에 의해서 또 이들에게만 맞겨놓은 채 뒷짐지고 구경만 하며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정부이기를 포기한 일본 정부에 의해서 정책 결정의 주체가 일본 정부와 의회 · 정책 담당자가 아닌 시골 촌로(村老)들의 입으로 옮겨간지 오래다. 그들이 내뱉는 감정 섞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시 그것이 정부의 정책인양 언론에 의해 선전 · 호도되는 비이성적 악순환만을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제 이들의 의도는 분명해졌고 일본 정부는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의 그릇된 현실인식과 안일한 꼼수적인 계산법은 북일 국교정상화와 북일 정상회담의 성과들을 일거에 날려 버리고 양국 관계를 다시 고착 상태로 빠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인정과 사과에 이은 납치 피해자 5명의 일시 귀국(10일간) 문제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일본 정부의 약속 불이행과 원조자금 즉 돈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는 가당치 않은 판단이 북한에 의해 보기좋게 거절당한 모양새로 진전없는 대치 상태만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납치 피해자들의 귀국 초기만 하더라도 북일 국교정상화의 주도권은 일본측이 쥐고 있는 듯 보였지만, 일본 정부의 일관성 없는 외교 정책은 다시 주도권을 북한쪽에 넘겨주고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미국을 향한 웃음 팔기와 여론 몰이식 북한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근거 없는 ~카더라 방송과 북한을 향한 비방 흑색 선전은 이제 도를 넘어서 북일 양국 관계의 골만 깊게 만드는 부작용만 심화시키고 있다. 핵이 있다 없다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연 핵이 있다면 그것이 일본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방송에 군사 전문가가 나와서 핵이 있더라도 그것을 실어나를 로켓이 없다면 무용지물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로켓이 없더라도 핵무기를 화물 콘테이너에 담아와서 일본에서 터지도록 한다면...." 음, 화물 콘테이너에 핵무기라) 그리고 귀순한 前북한 공작원이 쏟아내는 확인되지 않은 인터뷰 내용들, 또한 식량부족으로 인해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앙상한 모습이 담긴 영상, 쥐와 뱀이라도 먹어야 한다며 들로 산으로 쫓아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 오죽했으면 어제 모방송사에서는 마스게임 도중에 줄넘기에 실수한 어린이를 동그랗게 원안에 강조해서 보여주는 유치한 작태까지 서슴없이 방영했겠는가.


이렇듯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고 불합리하게 형성된 일본 국민들의 절대적 비판과 보수세력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와 평화 원칙에 입각해 북한에 대한 지원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제대로 된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래도 이 나라의 희망을 본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일시 귀국한 납치 피해자 5명을 조속한 시일내에 다시 북한으로 돌려 보내기 바란다. 그리고 정상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서 북한 당국과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및 희망자에 한하여 영구 귀국 보장 약속등을 조건으로 적극적인 외교 교섭에 임하라.


또한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역시도 불행했던 지난 식민역사에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참상에 대해 절절한 심정으로 반성하고 모든 정신적 · 물질적 보상을 약속하라. 그것만이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평화를 담보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