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해 피2011. 6. 22. 19:38

요즘, 반려동물 강아지나 고양이의 의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행정기관과 애견인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비애견인들까지 가세해서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돈 될만한 일에 기웃기웃 거리는 거
, 정부가 세금 나올만한 곳에 군침을 흘리는 거, 뭐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그것도 상황 봐가면서 해야 욕 안 얻어먹지 대한민국 서민들이 다들 죽겠다고 하는 판에 없던 세금 만들어서 새롭게 부과하겠다니 어느 누군들 불만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 같은 때는 있는 세금도 줄여주고, 오른 물가도 좀 내려주고, 서민들 팍팍한 삶을 헤아려주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저들은 우리만큼 힘들지는 않은가 봅니다.


강동완 닷 컴


각설하고, 제가 애견인이 되어서 달라진 점 하나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사람마다 애견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가족 같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자식 같다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친구 같다고도 표현하시던데요. 저는 그냥 주인과 강아지의 관계로 삽니다.

호칭도 저는 주인님이고 우리집 강아지는 해피입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그러는데, 제가 보기에 그 녀석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

- 퇴근하여 현관문을 여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반가움으로 이리 저리 날뛰며 날 반겨주는 녀석의 흥분된 모습에서,

- 가끔 인적 드문 한적한 논가에 산책을 나가 마음껏 뛰어다녀 보라고 풀어 놓아주지만 주인 곁을 채 3~4미터도 떨어져 가지 못하는 녀석의 그 종종 발걸음에서,

- 잠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내 몸을 찾아 엉덩이를 디민 채 기어이 파고들어 몸과 몸을 맞대야 비로소 잠이드는 녀석의 따뜻한 체온 속에서,

- 책이라도 볼라치면 개 껌 하나 물어다 내 앞에 갖다 놓고 놀아달라며 내 눈치만 보고 앉아 있는 녀석의 큰 눈망울 속에서 나는 그 녀석의 진심을 봅니다.

저에게 우리집 강아지 해피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 아주 고마운 존재입니다. 해피와 함께 하면서 당연한 것이라 믿으며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던, 살아있는 것(생명)들에 대한 외경심 같은 것을 한층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족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또 다른 의미의 어떤 것입니다. 만물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 가족이, 형제가, 자식이 단지 생명이 있어서 소중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 역시 제 가족을 사랑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깁니다만, 그 사랑과 소중함이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로 전이되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해피가 저에게 생명(살아있는 것)의 소중함을 보다 넓은 곳까지 넓혀갈 수 있도록 인도해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생명을 바라보는 닫혀있던 내 두 눈과 마음을 그 녀석이 활짝 열어젖혀 준 것도 같습니다. 녀석이 나를 개안시켰다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녀석은 내 인생의 훌륭한 반려자이자 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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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