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54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외교에 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 라고 대답한 사람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해가 한일 우정의 해라는 사실이 무색해지는 조사 결과다.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51.1%로 전년보다 5.6%나 떨어졌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996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2001년에 잠시 감소 한 것 외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한류붐의 영향 등으로 2004년도가 과거 최고였고, 올해는 4년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44. 3%였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느낀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32.4%로 역시 과거 최악이었다. 작년보다 5.2% 떨어진 결과다.
 
외교에 관한 여론 조사는 일본 내각부가 1975년부터 계속 해오고 있는 조사로 올해는 전국의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사람이 39.6%로 작년보다 15.9% 포인트 내려갔다. 한편, 중일관계는 19.7%만이 '양호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이 일본 국민들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일본 언론들은 독도문제와 교과서 문제, 그리고 중국에서의 반일데모 등을 들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냉각기를 맞고 있는 주변국 관계가 크게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전혀 새로울 것도, 또한 이상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사실 오늘의 일본 현실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결과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일본 언론들의 '그들식 분석'에 더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 그리고 주변국의 반대 의견을 제대로 일본 국민들에게 전달해 주지 못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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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만이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한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도 한번 곱씹어 보자. 그는 기자단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경제관계 및 인적교류는 전에 없이 깊어지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호감도는 별개의 문제다"
 
'왜?'라고 하는 문제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전형적인 '고이즈미류'의 물타기식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바로 이와 같은 논점 흐리기 발언들로 인해 일본 국민들의 눈과 귀는 막혀버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요즘들어 부쩍 언론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는 단어가 '유사'라는 말이다. '유사시' 또는 '유사법제'라는 식으로 뒷 꼬리를 달고 다니곤 하는데,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바로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전제로 하는 대국민 '공포 조성용' 용어라는 사실이다.
 
오늘자 신문 기사 하나만 더 인용을 해 보자.
 
일본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탄도 미사일 공격이 있을 경우 등에 대비한 국민 보호와 관련해 주민들의 피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시읍면 국민 보호 모델 계획안'을 발표했는데, 내년 1월에 정식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탄도 미사일 공격, 게릴라 및 특수부대의 침공, 상공으로부터의 잠입 등 3종류의 무력 공격을 상정한 피난 매뉴얼로 시읍면은 이 모델 계획을 기초로 내년 말까지 구체적인 피난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게 오늘 일본의 모습이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정녕 21세기를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변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해본 적이 없는 나라가 주변국으로부터의 침략을 우려해서 유사시를 상정하고 있는 이 뻔뻔함은 이기적인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요, 역으로 주변국을 침략해서 막대한 인적·물적·심적 피해를 입힌 불행했던 과거를 갖고 있는 나라가 오히려 주변국을 의심·경계해서 가상의 적으로 몰아대고 있는 가당찮은 작태는  '몰염치'의 극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도둑이 제발 저린 꼴이다. 이런 절망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찌 일본 민초들이 주변국을 따뜻한 이웃으로 볼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게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