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9. 14:38

마침내 일본 중의원 해산 결정이 내려졌군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해산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반대파들이 손들고 투항할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반대파 역시 쎄게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탈당까지도 불사한다고 봐야지요.

규모가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탈당 후 살아 남아서 민주당과의 연합정부 구성을 생각하고 있겠지요. 이 사람들 소속만 여야로 나뉘어져 있지 거의 같은 색깔로 봐도 무방합니다.

 
어찌 되었든 앞으로의 일본 정국의 흐름 역시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찌 될까요? 자민당 1당 체제가 막을 내릴까요? 아니면 지속 가능하게 될까요?
 
우리 언론보도를 보니까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많이 들 예측을 하고 계시던데요. 물론 그것은 일본 언론의 영향을 받아서 그대로 인용을 하니까 그런 예측이 가능한 것이겠지요. 일본 언론들 역시 야당인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심하게는 자민당이 현재보다 무려 100석 이상이나 적어질 것으로 분석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쉽게 고미즈미 정권이 무너져 버릴까요? 아니 일본 신흥 우익세력(저는 이들을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중 대다수가 자자손손 정치 세습자들인데, 과거 제국주의 추종세력의 후손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총리 및 대신 출신 자식들이 주축이 되어 있습니다)이 망해버릴까요?
 
사실 고이즈미가 정권을 잡은 이후 자민당의 역사는 권력투쟁의 역사였으며, 고이즈미 개혁은 반대파 제거의 수단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라던 하시모토파는 거의 초토화 되어 버렸지요. 그래도 자민당 내에서 비둘기파로 불리던 이들의 몰락으로 신흥 우익세력의 입지는 한층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입지를 다진 이들 어둠의 자식들이 추구하는 게 미국 제일주의로 이들이 바로 주변국과의 갈등세력이요, 과거로의 회귀세력이며, 영토분쟁과 역사왜곡 지원세력이지요. 정말 걱정되는 것이 이들은 거의 40대~50대의 젊은 정치인들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전전 혹은 전시 제국주의 사상을 그대로 답습한 채 이를 2005년 오늘에 이식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일본 헌법개정 논의와 군사대국화 움직임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어둠의 자식들에 의해 준비되고 계획되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우정 파동은 이들의 입지를 한층 강화시켜 줄 것이고, 이후 일본 정치가 이들의 손으로 확실하게 넘어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본 정치의 세대교체가 된다는 말입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도 모리 전 총리까지도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우정 파동이 결국은 고이즈미 최대 지지세력으로 알려졌던 모리파와의 결별로 이어지는 분위기 인데요. 고이즈미 총리를 설득하러 갔던 모리 전 총리가 회담 후에 기자들에게 이런 말까지 했더군요. 고이즈미는 ‘이상한 사람 이상이다’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고이즈미 측의 신흥 우익세력이 모리파와 갈라서기로 결심한 배경은 포스트 고이즈미 즉, 차기 총리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몇 개월 전에 있었던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당시 모리 전 총리는 지방에서의 강연회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는 아베 자민당 간사장 대리와 관련해서 ‘아베군은 아직 이르다. 총리가 되려면 대신도 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경험도 없다’며 아베 간사장 대리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국회 해산이라는 자폭성(?) 거사까지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견이 분분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번 우정산업 민영화 문제 역시 논점의 한가운데에 국민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고이즈미 개혁으로만 치장하고 있었지요. 도로공단 민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이 정치적 의도가 강했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결국 의도된 프로그램대로 진행되는 측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우정 파동으로 인한 의회 해산 보다는 오히려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이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분기점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요. 그만큼 우정산업 민영화는 중요한 이슈가 못 된다고 봤던 것입니다. 아무튼 그 시기가 좀 일찍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흐름은 크게 변함이 없이 진행이 되겠지요. 중요한 것은 몇 명의 의원들이나 탈당대열에 동참할 것인가가 변수가 되겠지만, 공명당과의 선거협조 등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몇 명이 되었든 반대파 의원들의 탈당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이시하라 도쿄도지사의 자민당 입당 또는 이시하라 신당 창당과 선거 후 자민당과의 연합정부 구상일 것입니다.

이시하라의 나이를 고려해 봤을 때 더 이상 시간을 끌기도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총리에 욕심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혼란한 시기에 이시하라 정도면 자민당 내분을 정리하고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은 채 유리한 국면으로 선거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관측해 봅니다.

 
이것이 고이즈미 승리의 첫번째 프로젝트라면 두 번째는 북풍일 수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세 번째 평양 방문은 납치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북일수교 정상화로 연결될 것 입니다. 북핵의 원만한 해결과 북풍은 혼미한 선거 국면을 일거에 고이즈미 세력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핵폭풍급 이슈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오는 15일 야스쿠니 신사 대신 평양을 방문하는 고이즈미 총리를 우리는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11월에는 자민당 헌법 개정안이 만들어지고, 내년 상반기쯤에는 국민투표를 통한 보통국가 일본이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이렇게 성공한 일본의 신흥 우익세력과 어떻게 상생의 동북아를 만들어 갈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로 남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