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6:01

일본 요리우리(読売)신문 국제면에 실린 뉴욕타임즈 기사 두개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관련 망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구요.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나무라는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渡辺)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기 때문인데요.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3일자 미국 뉴욕타임즈는 야스쿠니(靖国)신사 참배나 식민지 통치를 둘러싼 아소(麻生) 일본 외상의 발언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즈가 문제삼은 아소 외상의 발언은 일본 왕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바람직하다고 한 것, 그리고 대만의 교육 수준을 높인 것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따른 것이다 라고 하는 발언입니다.
 
뉴욕타임즈는 '아시아인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아소 외상은 '외교 감각도 역사 감각도 이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소 외상은 14일 국무회의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즈의 사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비판은 자유다'라고 말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뉴욕타임즈의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비판은 미국의 주요 신문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소개하고, '사실 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나 중국측 주장을 따르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는 이날 사설에서도 종군위안부와 남경 사건에 대해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을 대량으로 납치해 성적 노예화했다거나 중국 민간인 수십만 명을 대량 살륙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일자 뉴욕타임즈는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요.
 
보수성향의 신문으로 알려진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태평양전쟁에 뛰어든 일본 지도자들의 책임을 일본 스스로가 검증해야 한다며 '과거사 검증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구요. 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와타나베 회장의 이와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 속에서 높아지고 있는 내셔널리즘에 대한 우려, 또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한 염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뉴욕타임즈는 요미우리 신문이 작년 여름부터 '전쟁 책임'을 검증하는 연재 기사 게재를 시작한 것과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하는 무종교 국립 추도 시설의 건립을 사설을 통해 호소한 것도 소개했습니다.
 
미·일 양국을 대표하는 양대 신문의 이와 같은 비판이 일본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고이즈미류와는 또 다른 일본 보수우익들의 진면목을 몇일새 연이어 보고 있는데요. 나카소네(中曽根) 전 총리의 고이즈미 비판 - 나카소네 전 총리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발언했지요. "총리가 할 일은 총리 자신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왕인 천황이 참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라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그러한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현재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A급 전범들의 분사를 주장했습니다.
 
사실, 일본 보수세력 입장에서 보면 이 양반 말이 맞아요.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이미 나카소네 전 총리가 처음으로 했거든요. 그럼 다음 총리들은 일본 왕의 참배를 고민했어야 하는건데, 자신들의 참배에만 연연해서 쓸데없이 주변국과의 갈등만 부추키고 있거든요. 그러니 나카소네 전 총리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답답할 수 밖에요.
 
그리고 이제 이번에는 와타나베 회장이 나선 것인데요. 고이즈미나 나카소네나 와타나베나 다 그 밥에 그 나물이지만, 사고의 폭이 다르지요. 실리가 뭔지를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냥 밀어 붙이고 보는 고이즈미류와는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뭐, 결국 그들이 만나는 지점은 동일하겠지만서도 말입니다.



 (뉴욕타임즈 기사 원문) Japan's Offensive Foreign Minister 

People everywhere wish they could be proud of every bit of their countries' histories. But honest people understand that's impossible, and wise people appreciate the positive value of acknowledging and learning from painful truths about past misdeeds. Then there is Japan's new foreign minister, Taro Aso, who has been neither honest nor wise in the inflammatory statements he has been making about Japan's disastrous era of militarism, colonialism and war crimes that culminated in the Second World War.
Besides offending neighboring countries that Japan needs as allies and trading partners, he is disserving the people he has been pandering to. World War II ended before most of today's Japanese were born. Yet public discourse in Japan and modern history lessons in its schools have never properly come to terms with the country's responsibility for such terrible events as the mass kidnapping and sexual enslavement of Korean young women, the biological warfare experiments carried out on Chinese cities and helpless prisoners of war, and the sadistic slaughter of hundreds of thousands of Chinese civilians in the city of Nanjing.
That is why so many Asians have been angered by a string of appalling remarks Mr. Aso has made since being named foreign minister last fall. Two of the most recent were his suggestion that Japan's emperor ought to visit the militaristic Yasukuni Shrine, where 14 Japanese war criminals are among those honored, and his claim that Taiwan owes its high educational standards to enlightened Japanese policies during the 50-year occupation that began when Tokyo grabbed the island as war booty from China in 1895. Mr. Aso's later lame efforts to clarify his words left their effect unchanged.
Mr. Aso has also been going out of his way to inflame Japan's already difficult relations with Beijing by characterizing China's long-term military buildup as a "considerable threat" to Japan. China has no recent record of threatening Japan. As the rest of the world knows, it was the other way around. Mr. Aso's sense of diplomacy is as odd as his sense of history.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