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6:05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이은 미사일 발사 문제로 인해 미·일간 대북제재 목소리가 다시 언론을 타고 흘러나온다. 일본 언론들의 북한 움직임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야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한마디로 적대적 긴장관계를 즐기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관련해서도 당시의 정확한 근거도 없는 설에 의존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기민함을 보여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한국이나 미국측 입장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일본의 안전보장에 엄청난 위험요소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인식인 것 같다.


미·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항 역시 이미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문제, 그리고 요코다 메구미(
横田めぐみ)씨의 유골 파문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오던 것으로 전혀 생소한 것이 못 된다. 한때 일본 정계 한편에서는 북한 인권법이 논의 되기도 했었고, 경제제재를 검토하는 등의 요란을 떨다가 한국 정부와 미국 등의 반대로 잠잠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이 나오면서 일본에서도 대북제재 설이 다시 힘을 얻으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핵확산 방지조약(NPT) 재검토 회의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마치무라(
町村) 외상이 2일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핵 계획의 완전 폐기와 6자회담에 무조건적인 조기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의 발표를 참가국들에게 호소하였다.


또한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라이스 장관이
6자회담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다른 선택도 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6자화담의 현상황은 상당히 문제다. 저들의 장난질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유엔 안보리 협의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양 정부의 생각의 일치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이와 같은 움직임은 결국 미·일 양국의 특정 세력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북핵 문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이를 즐기는 세력들의 보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즉, 북핵문제의 장기화는 미·일 동맹 강화라는 명분에 힘을 실어주게 되고, 또한 장기적으로는 미·일 동맹 강화가 목적하고 있는 대공산권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에도 좋은 구실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이는 일본내의 군국주의 세력이 열망하는 헌법 개정을 통한 일본군 재무장으로 이어져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 일본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유사상황 발생시에 미·일 방위조약에 의거해 일본군의 즉각적인 자동개입과 일본의 지역적 패권 강화로 귀결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의 저명한 진보학자 이토 나리히코(
伊藤 成彦) 주오대학(中央大學) 명예교수 역시 자신의 저서 『일본 헌법 제9조 이야기 전쟁과 군대가 없는 세계로』(
번역본: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 강동완 옮김, 행복한책읽기 펴냄)에서 이것의 발단으로 1994년에 불거지기 시작한 소위 북한 핵 의혹’을 지목하고 있다.


즉, 「미국이 북한의 핵 의혹 해소를 위해 이라크 폭격 때처럼 북한을 정밀 공격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전력이 필요한데, 아직 일본의 전쟁협력 체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북한 공격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보다 더 철저한 일본의 협력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현실인식과 정세판단을 접하면서 다소 의아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것은 2가지인데, 우선 하나는 앞서와 같은 인식론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절대적 우위를 점한다는 가정이 성립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절대적 패권자의 위치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현재의 미국을 보면서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믿느냐라는 점이다.


물론, 일본은 현재 세계 여느 강대국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군사력과 EU와 동등한 수준을 자랑한다는 핵 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헌법만 개정해서 일반 군사국가화 할 수 있다면 미국의 우산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무력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야심론 또한 있을 법한 가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지나간 역사가 증명해 보이지 않았는가? 군사대국이란 불기둥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드는 부나비의 종말이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


두 번째는 중·미 관계가 이들이 보는 것처럼 과연 적대적 관계이기만 한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미국내의 어느쪽 신호를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견해는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예전부터 미국 내에 존재하는 대중국 유화정책이라는 또 하나의 흐름을 너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아함이 그것이다.


특히나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현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은 중국의 저렴한 제품이 유입됨으로 인해 자국내의 물가안정에도 상당부분 도움을 받고 있고, 뿐만 아니라 중국의 13억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수요시장으로서의 중국시장 개발을 통한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해소는 불안전한 미 경제 활성화에도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이것이 성공할 경우에는 그 대상이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경제 4국)로 까지 확대되어 그 파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절대로 중국과의 적대적 공생관계의 끈을 놓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단적으로 말해 몰락중인 거대 제국의 마지막 희망구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흘러나오는 다른 한쪽의 시그널은 철저히 외면한 채 사다리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일본 정부의 외눈박이식 외교 행태는 일본의 역사를 60년 전의 그날, 바로 패망의 그날로 되돌려 놓고 싶어 안달하고 있는 듯이 보여지는 것은 과연 나만의 착각인가?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