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7:37

일본 언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작년 11월 라오스에서 열렸던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이 끝난 뒤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마치무라 일본외상을 불러 세워 놓고 ‘내년이 어떤 해인지 알고 계시지요?’라고 말을 걸어 일본 정치가의 실언 등을 경고했다고 한다.

자칫 역사 문제로 심각해질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주의 환기였지만, 독도 문제라고 하는 일본측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계기가 되어 이와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라고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된 대로 어제 오전에 시마네현 의회가 독도의 날 조례안을 성립시켰다. 그래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거센 항의 활동도 결국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일본 주요 언론, 텔레비전과 신문들도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 주요뉴스에 이 사실을 크게 보도를 하고 있다. 주로 사실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를 하고 있는데, 시마네현 의회에서의 조례안 통과 소식, 그리고 한국의 반응을 곁들여서 한류붐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는 논지이다. 그러나 결론은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는 것이고, 일본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기대한다는 게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것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내 놓은 논리의 빈약함이다. 1905년에 시마네현에 귀속되었기 때문에 자국의 영토라는 말뿐이다. 그런데 이 1905년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식민지 지배와 직결된 고종황제를 협박해서 성사시킨 을사조약과 관련이 있는 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사실은 쏙 빼 놓고 보도를 하고 있다. 바로 이점을 적극 부각시키는 것이 앞으로 우리 정부의 과제라고 보여진다.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정부는 당초 한국쪽의 반발을 ‘독도문제는 양국 서로의 주장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과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경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 독도문제와 더불어 역사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자 사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사태 해결의 방책을 모색은 하지만 당장은 특별한 대책 없이 열이 식기만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은 작년 가을부터 시마네현 의회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역사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단해서 사실상 묵인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방의회의 움직임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문제가 커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독도 문제 역시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1905년 이라는 식민지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일본 외무성 역시 별다른 역할을 못했고, 한국정부의 거센 항의가 있자 일본외무성 내에서는 ‘빨리 조례 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 궁리를 했어야 했다’라는 반성론도 일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올 해는 한·일 우정의 해 아닌가?

그래서 시마네현의 조례 성립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외무성 간부는 ‘국교 정상화 40주년보다 100주년에 눈길이 가는 상황이 되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례 제정을 계기로 한국 정부로부터 ‘일본은 역사 문제를 반성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항의 목소리가 높아져서 국교정상화 40주년의 의미보다는 국권침탈이라는 역사 문제인 1905년의 을사조약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에 대한 한탄이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냉정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특별한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은 시간을 갖고 분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게다가 다음달에는 역사교과서 문제까지 불거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한·일관계는 냉각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우리정부 역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장 해결의 실마리도 없고, 또 어차피 꼬인 것 더 꼴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결국은 그렇게 꼬인 한·일관계가 한·중·미·일, 동북아 관계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앞서도 독도 문제는 식민지 역사의 문제라고 지적을 했지만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일관계 및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 예를 들면 지나간 한·일회담, 위안부문제, 강제연행, 강제노동, 원폭피해자 문제 등 포괄적인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사항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고, 나아가 이를 국제적으로 이슈화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유엔으로 들고 갈 수도 있겠고, 이것이 정부차원에서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민간단체를 적극 후원해서라도 주변 피해국과의 연대를 통한 국제적인 뉴스, 국제적인 이벤트로 만드는 일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일본 정부의 뼈 아픈 약점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도의적 책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