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7:39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일본내 건전한 시민계층 역시도 '역사왜곡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라며 적극 반대해온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만드는 모임)>의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를 도쿄 도교육위원회가 내년에 개교하는 도쿄의 한 도립 중고등학교에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좋다.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가 어떠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그래도 도쿄 도교육위원회는 지나쳤다. 소설책을 역사교과서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하다못해 선택과정만이라도 투명하게 공개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도쿄 도교육위는 국내외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중대사안을 결정하면서 논의 시간은 채 5분을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도교육위원 6명이 모여 앉아 8지선택형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 넣기로 끝내도 좋을 사안인가?

적어도 8개 역사교과서 중에서 1개를 선정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왜 이 교과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교과서 채택 권한을 갖고 있는 도쿄 도교육위원 6명 중에 4명이 이시하라 신따로 도쿄 도지사가 기용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일부 일본 언론에서도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아닌가? 어제 아사히신문은 사설 제목을 '도쿄의 교육이 걱정된다'라고 뽑고 있다는 사실을 이시하라 지사는 다시금 되새겨 보시기를 바란다.

몇일 전인가 한국에서도 '한일합방은 합헌이다'라고 주장했던 정신나간 소설가가 있었다고 들었다. 망발도 이런 망발은 없다. 이 양반은 꼭 같은 소설가 출신인 이시하라 신따로 도쿄 도지사와 한번 만나기를 권해 드린다.

그리고 둘이 마주앉아 '한일 역사왜곡 망언자들의 모임'이라도 하나 만드시기를 바란다. 그래야 전선이 분명해지지 않겠는가.

더 이상 천황폐하께 충성을 맹세한 대일본제국 사관학교 출신 · 쿠데타로 민족정신을 말살한 영원한 민족 영도자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대한민국이라는 안전망 뒤에서 암약하며 국민정신에 해악을 가하는 비겁한 짓을 그만두고 양심과 진실에 입각한 싸움을 하시기를 바란다. 당신의 동지들이 바다건너 일본 땅에서 두 손 벌려 환영해 줄 것이다.

또한 어디 그뿐인가. 도립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할 때는 해당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듣는 '학교표'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2001년도에 도쿄 도교육위가 폐지해 버렸다.

또한 도교육위가 선택한 교과서에 자문을 해주는 도교과용 도서선정 심의회의 위원 20명은 도교육위가 임명한다. 결국 도교육위의 선택과 권한을 감시 · 제어할 기구는 어디에도 없다.

누가보더라도 이는 비민주적이고, 일방통행의 위험이 있는 파쇼적 발상이다. 차제에 교과서 선정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제고해 보시기를 바란다.

지난 96년, 자학의 역사에서 탈피하고 불건전한 자국 역사교과서를 새롭게 쓰겠다며 시작된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는 2001년부터 처음 채택되었다. 이때 이 역사교과서는 난징학살과 조선인 위안부 강제연행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러나 그래도 이때는 어정쩡하게 나마 이런 사실들을 인정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년도에 나올 새 개정판 교과서에서는 이 부분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으로 만드는 모임 회보 7월호가 밝히고 있다.

자학의 역사에서 탈피를 하건, 불건전한 자국 역사 교과서를 새로이 쓰건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왜곡하는 일만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다.

2001년 이 교과서의 채택율은 채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일본사회에서 그 존재 자체도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경화 바람이 만만치 않다는 점과 도쿄 도교육위에서도 보여지듯이 도교육위원 선정에 일부 극우세력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게 참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내년은 일본 전국의 각급 학교가 교과서를 4년에 1번씩 새롭게 선택하는 해이다. 그래서 현재 후소샤판 역사교과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는 도쿄 네트워크 등 일본 시민단체들이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채택율 상승에 따른 우려도 있지만 만약 내년에도 후소샤판 역사교과서의 채택율이 저조하게 된다면 역사를 바꿔 쓰고자 했던 만드는 모임측의 활동이 크게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시민단체와 일본 시민단체들의 연대와 교류가 절실히 요청된다.

한국 정부 역시도 문제가 불거져야 항의 논평 한 줄 발표하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서 5년 뒤, 10년 뒤를 보고 시민단체 활동에 인적 ·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마시기 바란다.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시민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들과 우리가 서로 엮여서 동북아 생활공동체 건설에 힘있게 나아갈 수 있는 추동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한일관계 · 파트너쉽으로서의 한일관계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