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9:50

요즘 들어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한 반대론 및 분사론이 부쩍 힘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에서 힘깨나 쓰는 정치가들은 다들 한마디씩 하는 분위기지요. 그리고 우리 언론들도 이런 주장을 상당히 우호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고 말입니다. 우리 언론에 소개된 것 중에 최근에 나온 발언들만 좀 살펴볼까요.
 
먼저,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인 후쿠다 전 관방장관입니다. 후쿠다씨는 한 모임에 참석해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한국·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야스쿠니에 가는 게 뭐가 나쁘냐라고 하면은 상대방도 감정적이 된다" 라며 "정상끼리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서로 감정적이 되는 건 가장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리 전 총리 역시 텔레비전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는데요. 한국이나 중국과 관계개선이 중요하다면 차기 총리는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정신적인 문제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정치적인' 문제로 변했다"고 강조하고, A급 전범을 분사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도 일본왕인 천황이 참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며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분사를 제기한바 있습니다.
 
제1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대표도 분사론을 제기했었는데요. 신사에 모신 영령의 명패 같은 걸 없애면 된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현직 각료인 요사노 가오루 금융·경제·재정상이 A급 전범 분사론을 말했다고 하지요? 요사노씨는 "A급 전범의 분사를 포함해 그 방식은 신사가 판단할 일" 이라며 신사 측에 자발적인 분사 검토를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이 대강 살펴본 최근 기록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런 주장들에 무조건 찬성만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참된 의도가 뭐냐라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주변국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고집스레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가 밉다고 해서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면 앞뒤가리지 않고 얼씨구나고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살펴봐야만 합니다. 분사론자들이 주장하는 야스쿠니신사에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다는 사실은 단지 우리가 참배를 반대하는 하나의 이유에 불과할 뿐입니다. 더 큰 이유는 야스쿠니신사가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지요.
 
이와 관련해서는 제가 전에 쓴 '노무현 대통령을 야스쿠니신사 유슈칸에 초대합니다'란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려서 제가 가서 눈으로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야스쿠니신사 내 그곳은 단순한 전쟁박물관이 아니라 '전쟁 미화 박물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A급 전범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고 해도 이와 같은 야스쿠니신사의 본질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급 전범들이 그곳에 있건 없건 지금의 야스쿠니는 과거회귀 세력들의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되려면 '분사론'이 아니라 '대체 추도시설 건립론'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 역시 그것을 강력히 주장해야 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대체 추도시설은 평화와 공생의 상징이어야 하며, 한일교류 · 동북아연대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젊은 학생들이 수학여행 가서 일본의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토론할 수 있는 만남의 집이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 일겁니다. 하지만 그 길이 멀고 험난하다고 돌아가려 해서는 안됩니다. 새로운 한일관계는 갈등 없이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갈등이라면 피하지 말고 헤쳐 나가야하지 않겠습니까?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