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9:52

요즘 일본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한국 관련 소식들이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독도문제, 납치피해자 문제가 요 몇일 쉬지 않고 계속 보도 되었는데요. 오늘은 노무현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또 주요뉴스로 올라와 있습니다.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에 관해 일본 언론들도 상당히 자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담화 내용의 요지까지 발췌해서 전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언론들의 보도 내용은 비슷합니다.
 
아사히신문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에서 독도문제를 역사와 연관시켜 강하게 비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구요. 요미우리신문은 '독도문제, 강경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 노무현 대통령 특별담화'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찌신문도 비슷한데요. '노무현 대통령, 독도 도발에 단호히 대응'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때마다 일본 정부나 일본 정치권의 반응은 언제나 똑 같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요. '냉정하게 대응한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똑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직후에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일우호를 대전제로 해서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대응하자.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구요. 한일 양국 수뇌간에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기 때문에 수뇌회담을 해야 한다. 언제라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일본정부 대변인격인 아베 관방장관은 '우선은 담화 내용을 상세히 읽어보고 분석해 봐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공식적인, 겉으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반응이구요. 이외에 비공식적으로 익명 처리된 정부고위 관계자의 발언들이 있는데요. 바로 이게 이들의 진심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여론 조성용이라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한국 정부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뭐, 같은 말이지요.
 
지난번에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대일정책 내부보고서'가 문제가 됐던 것도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에 정부 고위관계자, 또는 외무성 간부로 익명 처리된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도 바로 '국내여론 조성용'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분석하는 이 사람들도 문제입니다만, 이렇게 분석할만한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는 우리 국내 일부 언론 및 정치 세력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들이 무엇을 근거로 한국의 대일 강경정책을 국내여론 조성용으로 분석했겠느냐라는 문제를 우리는 바로 볼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의 일부 수구보수 언론과 정치 · 지식인들의 주장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짜깁기 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 · 친일청산이 필요한 이유를 여기서 또 한번 뼈져리게 느낍니다.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우리가 우리의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제대로 해야 비로소 '외교 바로 세우기'도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를 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이밍의 절묘함이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최고로 적절한 시기에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칫하면 고이즈미 정권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게 생겼습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제 레임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23일 치뤄진 치바 보궐선거에서 오자와 민주당 체제에 패배했다는 사실은 고이즈미 자민당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입니다. 머지 않아 책임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주변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반대파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 지겠지요.
 
아마 자민당 내 의원들 중에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 많을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굳이 오자와라고 해서 거부할 이유가 없거든요. 의원 뱃지만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오자와면 어떻고, 고이즈미면 어떻겠습니까? 다들 비슷한 인물들인데요.
 
어찌 되었든 우리입장에서는 최적의 시기에 최선의 공격 포인트를 찾은 겁니다. 바람이 있다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좀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흔들어 놓아야지요. 그리고 말이 통할만한 사람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야지요. 새로운 한일관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