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9:55

일본의 애국심 논쟁이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는군요. 일본 최대의 신문이라는 요미우리신문 13일자 사설도 이렇게 시작하고 있더군요. 나라를 '사랑'할 것인가? '중요시'할 것인가? 여당의 '애국심' 논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라고 말입니다.
 
일본의 교육기본법 개정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는데 그 속에 '나라를 사랑하자'라는 문구를 넣고 싶다라는 게 아 옛날이여를 주구장창 외치고 있는 보수 우익이라는 사람들의 주장이구요.
 
이들 보다는 그래도 생각이 있다는 사람들은 "나라를 사랑하자?, 애국?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너희들 이렇게 해서 또 다시 전쟁 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아니야?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난 그렇게는 못해" 뭐, 이런 겁니다.
 
그렇다고 힘에서 밀릴 애국사랑 세력이 아니지요. 지난 선거에서도 압승했겠다, 국민들 성향도 비스므리하게 물들어 가고 있겠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이런 것 얘기나 꺼내 보겠습니까? 그래서 끝내는 이렇게 합의를 봤습니다.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이를 가꾸어온 국가와 향토를 사랑한다'
 
뭐, 그냥 그런 내용으로 보이지요? 국가와 향토를 사랑한다, 딱히 문제삼을 내용은 아닌 듯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그릇된 행태 때문입니다. 애국이란 말을 쉬쉬하며 불경시할 때도 그랬는데, 이제는 대놓고 국가를 사랑한다는 문구를 넣어 놓았으니 이걸 갖고 또 엄청나게 악용해 먹으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도쿄도의 경우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 체제가 된 이후 한쪽으로 많이 치우쳐 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온 것이지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 안 하고, 자기들 지시에 따르지 않는 교사들을 데려다가 무슨 정신 교육도 시키고, 반성문도 제출하게 하고 그러고 있지요?
 
그뿐인가요?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구단중학교의 마쓰다 미야코 선생님의 경우, 지난해 한 수업 시간에 과거사와 관련한 다소 비판적인 내용의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로서 부적격('분한 면직'이라고 하던데요)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도 있었지요?
 
또한 일본 홋카이도 비바이(美唄) 시립 중앙 초등학교에서는 입학식 때, 교사들에게 기미가요를 부르도록 하기 위해 학교측이 아예 교직원용 의자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최근에 보여지는 뉴스만 이 정도가 됩니다. 바로 그 때문이지요.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저들의 저의가 심히 의심스러워지는 이유가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일렬 종대로 세운 뒤에 전진 앞으로 하며, 또 다시 동해 바다 건널 궁리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구요.
 
터무니 없는 망상이길 바라지만, 지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바로 애국심으로 무장한 돌격 앞으로라는 무서운 사실을 이들이 지난 과거사를 통해 몸소 보여준바 있기에 노파심이 망상으로 쉽게 치환되지 않는 것이지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저렇게 우리와는 정반대의 발상만을 하고 있는지 실로 의아스러울 따름입니다. 오죽하면 일본 사회의 진짜 보수라고 하는 오자와 신임 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다 했겠습니까. "애국심이란 자연스럽게 싹트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그 생각 영원히 변치 말기를 바랍니다.
 
사실,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개정되는 게 맞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1947년에 만들어진 법을 한번의 개정도 없이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는데요. 이건 일본헌법도 마찬가지지요. 시대에 맞게 조금씩 현실적으로 개정되곤 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보는데요.
 
이게 가능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앞서 예로 들었던 것과 같이 이를 불순한 의도로 악용하려는 세력들 때문이지요. 과거 회귀 세력, 거기로 돌아가면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렇게 돌아가고 싶어 안달하는가 모르겠습니다.
 
이 글 서두에 애국심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종지부를 찍기는커녕 앞으로 더 심한 논란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왕에 논쟁하는 것 '애국심 논쟁'만 하지말고, '양심 논쟁'도 함께 좀 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