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9:59

'노무현 정권이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대일(對日) 강경론을 포기하지 않을 것',  '지지율 저조에 허덕이는 노무현 정권은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반일 강경정책을 남은 임기 중에도 계속할 것'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대일정책 내부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라며 우리 언론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새로운 내용입니까? 아니, 이런 얘기 처음 들어보셨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들 호들갑을 떨고 그러십니까?
 
이번 문건이 정말로 새삼스럽다 하는 언론 관계 종사자가 계시다면, 특히 일본 주재 특파원이라면 차라리 짐 싸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조금만 관심있게 일본 텔레비전 뉴스에 귀를 기울이거나 신문 정치면을 뒤적이는 수고만 하더라도 1년에 대 여섯번은 족히 볼 수 있음직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언젠가 고이즈미 총리도 기자들과의 묻고 답하기에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이야기 했었지요.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론, 특히 셔틀외교를 포함한 정상외교가 틀어진 문제와 관련한 답변에서 "그것은 한국 내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이게 뭘 말하는 것일까요?
 
또 일본 외무성 출신의 모 국회의원 역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러더군요.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국민 감정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게다가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들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앞서 예로 든 두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요? 하나 빠져 있다면 중국의 영향력 때문(중국 눈치보기)이라는 분석 정도가 되겠지요. 결국 일본 정부 및 정치권, 언론의 대체적인 인식은 이상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이 모든 문제들에 있어 일본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한국 정부가 한국 내부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일본에게 트집을 잡고 있다라는 투 일색이었지요.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구요.
 
그런데 누차 있어 왔던 이런 잘못된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 한번 제대로 했던 한국 언론 있었습니까? 따끔하게 한 수 가르쳐준 언론 관계 종사자분 계셨습니까? 비싼 월급 받아가면서 다들 일본 신문 번역하기에 바빴지요. 부끄럽게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왜들 이러십니까?
 
그리고 일본 정부나 정치권, 언론 등이 저처럼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뭔가 분석할 자료를 갖고서 저런 보고서를 만들어 냈을 것 아닙니까?
 
저는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그건 바로 한국 언론들이 써 갈겨 놓은 무책임한 기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삼류 찌라시들이 토해내는 정부를 향한 악담이 꺼꾸로 부메랑이 되어 다시 한국 정부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예, 바로 매국 행위지요.
 
어디든 일본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그들과 토론 한번 해 보세요. 한국을 욕하고 폄훼하는 수구 꼴통 일본인들이 근거가 되는 자료라고 들고 오는 것들 보면, 죄다 조중동이 토해 놓은 배설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을 퍼오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길 합니다. "너네 나라 최대 신문에서도 그렇다고 하는데 너는 왜 아니라고 하냐?" 그러면서 도리어 큰 소리를 치곤 하는 것을 경험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 말이 딱 맞습니다. 지들이 하면 정론이고, 일본이 하면 망발이지요. 그리고 이런류의 신문들이 일본쪽의 망발에는 더 날뛰고 난리 블루스를 칩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나 어쩐다나요, 우리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 당했다나 어쨌다나요. 웃기지도 않습니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가 되면 신의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일본 외무성의 보고 자료입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잘 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이제 더 이상은 이런 찌라시들의 난리 블루스에 장단 맞춰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처럼 신문 기사가 나오면 코멘트를 하고, 또 그것은 더 크게 부풀려지고 말이지요. 그렇게 이용 당하는 측면도 있음이 사실 아닌가 싶습니다.
 
큰 틀에서의 대일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자칫 사사로운 것에 일일이 토 달고 끼어들다보면 그 틀이 흔들리면서 지금처럼 일본에 계속 끌려 다닐 수 밖에 없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가 수세적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는 찌라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부의 적은 국가 외교까지도 망칩니다.
 
이제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일본 정부의 행위에 분노하고 항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차라리 우리가 좀 더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참에 아예 대일외교의 중심을 한반도에서 일본의 심장부로 옮겼으면 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것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사실 한일관계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거의 일본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고, 좋았다 나빴다 하고, 마치 한 여름날의 여우비와도 같았잖아요. 60년을 변함없이, 너무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그 칼자루를 쥐고 요리를 한번 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대일관 역시 지나치게 막연했던 게 사실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말이지요. 새로운 한·일관계, 동반자적 입장으로서의 한·일관계, 파트너쉽으로서의 한·일관계, 한·일 우정의 해, 등 등이 있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쉽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 아닌가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건데? 라든가, 그걸 왜 해야 하는건데? 또는 지금까지는 그것 없이도 잘 살아 왔잖아?…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자고 했던 것이 참여정부가 내 놓은  '동북아 중심국가론, 동북아 균형자론' 이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입니다. 우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기다리고만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과거사도, 야스쿠니도, 독도도, 해결의 열쇠를 우리의 손 안에 놓고 요리해 보자는 것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