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20:01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상 회담이다 보니 일본 언론들도 더욱 관심 있게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 NHK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텔레비전, 일본의 양대신문이라고 하는 요미우리와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들이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다.

정상회담 전날까지는 주로 이번 정상회담의 긴장된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었다. 예를 들면 넥타이차림의 회담이라는 점,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의 응답 없이 회담성과만을 발표한다는 점, 기자회견장에 방송 카메라나 기자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는 점을 들어서 그 어느 때 보다도 긴장감이 흐르는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도 했었다.

그리고 정상 회담이 끝난 지금, 일본 언론들의 주요 요점은 '의례적인 수뇌회담, 역사문제 합의되지 못했다'라는 것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반성은 그만하고 실천을 하자

일본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은 넥타이 차림이라는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열렸기 때문에 솔직한 의견 교환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질문을 받지 않고 종료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공동기자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새로운 추도시설 건립과 관련해서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국민들의 여론 등을 고려해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고 소개를 했다.

또한 역사 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 역사인식과 관련해서도 의견 교환을 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 · 미 · 일 제휴를 지속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 국민들이 갖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감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일본은 과거의 문제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하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를 위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 고이즈미 총리는 강제징용자 유골반환, 한국 거주 피폭자 지원, 사할린 거주 한인지원 등은 가능한 인도적 관점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고, 양국 정상은 김포-하네다간 항공편을 오는 8월1일부터 하루 4편에서 8편으로 증편키로 합의했다고 전하고 있다.

외교 바로 세우기

당초 일본 언론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의 응답을 없앤 것을 두고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문제가 양국 정상의 최대 난제이기 때문으로 분석했었다. 자칫, 기자회견 질의 응답이 독도문제 등 민감한 사안으로 집중되면 결국 양국 정상은 서로에 대한 시각의 차이만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한일관계는 양국 언론들이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독도문제를 비롯하여 역사인식 문제와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1965년 한일수교 이후 40년간 이어져 왔던 불평등 · 불균형한 한일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그야말로 외교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의 긴장이요 갈등이라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언론 모두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 채, 단지 현재 겉으로 드러나 있는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라는 표피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어쨌든 한일 정상회담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이 났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여야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움 또한 크다. 갈등을 두려워 해서는 외교가 바로 서지 않기 때문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