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20:10

1. 일본인 관광객...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를 한류 열기가 식은 걸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제가 뭐 여행 전문가도 아니구요. 또 일본인 관광객이 얼마나 줄었는지 거기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게 바로 한류 열풍에서 '열풍'이라는 거품이 빠지면서 한국 '문화'로 자리매김해 가는 단계라고 말입니다. 사실, 그동안의 한류 열풍에는 '거품'이 어느정도 있던 것도 사실이지요.
 
그야말로 어제까지만 해도 한국에 관심없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배용준을 알고, 최지우를 알고, 그리고 겨울연가를 만나게 되면서 한국에 열광하게 됐는데요.
 
그러나 우습게도 말이지요. 한국은 몇천년을 걸쳐서 지금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겨울연가를 알기 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여기에는 거품이 좀 있었다고 보구요.
 
그리고 또 일본 관광객 추이도 보니까 2003년도에 비해서 2004년도에는 36%나 급증했다고 하더라구요. 2004년도,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처음 소개되었던 바로 그 해지요.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겨울연가 촬영장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이거 사실 정상적인 것 아니잖아요.

정말로 한국을 알고자 한다면 그렇게 촬영장만 가서는 안되지요. 그런데 요즘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래요.
 
그래서 이것이 한류의 쇠퇴가 아니라 이제야말로 '일본인들이 한국을 이웃나라로 제대로 인식해가고 있는 단계'라고 저는 봅니다.
 
2. '한류'에 대한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도 그다지 변함은 없다고 보는데요. 단지, 한참 한류 열풍이 거세던 때와 비교를 하면 지금은 많이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사실 한류 열풍 초창기 때는 언론도 그랬구요. 또 팬들도 그랬구요. 마치 어린애들 같았거든요.
 
뛰어다니고 난리치고 그랬는데, 이제는 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습들이 일본 사회에서 이제 한국 문화가 일상화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씀 드려도 결코 과언이 아닐거라고 보거든요.
 
비슷한 예로요. 미국의 헐리우드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가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이게 헐리우드 문화구나라고 느끼면서 살지 않거든요. 알게 모르게 그렇게 헐리우드 문화가 우리사회에 침투해 있듯이 이제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일본사회 속에 녹아들어 가고 있다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한류가 대중문화 유행의 단계를 지나서 일본 사회에 하나의 사회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 한류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는?
 
이것은 뭐 저 보다도 우리나라에 계신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텐데요. 우리 언론에서 많이 보도하고 하니까요.
 
마찬가지로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 스타들에 대한 동정이나 소식, 이런 것 많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일인데요.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웬만한 한국 스타들의 소식은 일본 언론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스타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환대는 전혀 달라진게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4. 한류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문화상품의 경우는 어떤가?
 
아직은 뭐 일부 스타들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국 가수나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이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대표적으로 가수 보아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음반 판매량을 집계해서 발표하는 오리콘 발표에 따르면 보아의 4번째 오리지널 앨범 아웃그로가 첫 등장과 함께 선두를 차지했다고 발표를 했는데요.
 
오리지널 앨범으로는 2002년 3월에 발매했던 1집 '리슨 투 마이 헛'을 시작으로 4개의 앨범이 연속으로 선두를 차지하게 된 겁니다.
 
이처럼 오리지널 앨범이 1집부터 4집까지 모두 선두를 차지한 경우는 일본 내에서도 아주 보기 힘든 기록입니다. 여성 아티스트 역대 2위 타이 기록이구요. 남성 아티스트까지를 포함한다고 해도 보아의 기록은 일본 내 5위 타이 기록입니다. 대단하지요.
 
5. (이젠 한류.. 신드롬 차원이 아니라..일상화된 문화가 됐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서 그런 것을 느끼나? (구체적 실례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음식, 먹거리일거예요. 과거에는 한국 음식 그러면은 김치냄새도 싫어한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하지요.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가끔 외식할 때 한번 먹어보는 것이 한국 음식이었다면, 이제는 거의 매일 같이 김치를 먹고, 깍두기를 먹는 일본인들 많거든요.
 
요즘은 김치 없이는 밥을 안 먹는 어린이들까지 있다고 그럽니다.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있는 텔레비전 광고 CF에서의 한류 스타들의 모습도 그렇구요. 또 우리말, 한글을 공부하는 분들 엄청나게 많다고 하지요.
 
뭐, 열거할 수 없이 많을 텐데요. 이런 것들이 하나의 실례가 되겠지요.
 
6. 반한류 또는 험한류 분위기...한국에서 걱정하기도 하는데... 어떤가?
 
이게 한·일간에는 특히 심한 것 같은데요. 알게 모르게 국민 감정이란게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이 들구요. 대표적으로 '험한류'라는 만화책이 판매 1위를 하기도 했다는 뉴스도 있었구요.
 
글쎄요. 그런데 사실 이것도 한류 열풍에서 ‘열풍’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한류 열풍에 대한 반대 급부로 험한류가 주목을 받는 것인데요. 뭐, 일부에서는 이게 돈이 된다고 생각한 부류도 있을 거구요.
 
그러나 이제 이런 험한류도 한류가 일본에서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되면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구요.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또 이런 험한류를 희석 시킬 수 있는 노력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7. 왜 이런 반한 감정이 생기나?
 
왜 생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 이유없이 한국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런 분들이 문제인 것 같구요. 특히, 연세 좀 드신 분들 중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반한 감정도 슬기롭게 대처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교류라고 하는 개념의 설파가 중요할 텐데요.
 
일방적으로 우리 것을 일본에 보급한다, 판다, 침투시킨다 이런게 아니라 쌍방적으로 서로 교류한다는 개념으로의 접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8. 이런 반한 감정...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사실 이런 반한 감정은 어떻게 보면 보수 우익적 사고를 가진 쪽에 의해서 생겨나고, 보급되고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그 사람들이 그렇게 크게 일본 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 보다는 오히려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가진 일반 시민이 더 많은 사회가 일본이니까요. 다만, 우리는 그런 반한 감정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말아야 하겠지요.
 
9. (얘기를 듣다 보니) 일본 내 한류... '문화 교류' 차원인 듯싶은데 반해... 우리나라 아직도 이 한류를 경제적 가치로만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한류라는 것을 문화적인 우월감이나 경제적인 기회로만 보기보다는 상호 문화교류의 차원으로 인식하는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게 궁극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구요.
 
그래서 우리 것만 생각하지 말구요. 해외의 문화 역시 국내에 적극적으로 유입토록 하구요. 그래서 쌍방적인 문화 교류를 통한 범아시아적 공감대, 더 나아가서는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우리... 이 한류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한다고 보나?
 
한류를 일방적인 문화 침투, 컨텐츠의 판매, 이런 쪽으로만 보지 말구요. 상호 호혜적인 문화의 교류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구요. 그리고 '우리만의 문화'를 고집하기 보다는 '우리들의 문화'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겠지요.
 
그래서 앞서도 말씀 드렸던 아시아적 공감대, 아시아적 가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P/S: 제가 일본에서 유학 중일 때,  우리나라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했던 인터뷰 내용을 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