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20:22

역시, 뿌리가 같으면 통하게 되어 있는 법인가 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의 수구 꼴통들과 일본의 보수 우익의 통함을 보고 든 생각인데요. 뭐, 불과 60~70년 전만해도 같은 조국, 하나의 천황을 모셨던 인간들의 후손들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만 이건 해도 너무 한 것 같아서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겠습니다.


일본에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납치 일본인 구출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 협의회'라는 건데요. 제가 알기로는 두 개 조직으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납치 일본인의 가족들로 구성된 '가족회'가 있구요. 또 하나는 가족 이외의 일반인과 국회의원 등 사회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구출회'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하나의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저는 사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가족회' 분들의 입장을 상당부분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는데요. 어떠한 이유에서든 자신의 가족들 중 한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 또는 누군가와 동행하여 몇 십년을 만나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면 그 심정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편으로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 하면서도 안타까웠던 점은 이들이 지나치게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나 균형 감각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단 한명의 인명도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이지요. 그것이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국적과 인종을 떠나서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우리에게도 아직 사실관계 조차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불행한 과거사가 지금껏 남아있지 않습니까?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서 전장의 총받이가 되어야 했던,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던 한반도 북쪽과 남쪽의 엄청나게 많은(북한에 의한 납치 일본인의 수천 배에 달하는) 선량한 조선 백성이 그들입니다.


그래서 이 '가족회'가 인종과 민족을 떠나 전세계인들로부터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인정을 받고, 가족회 본연의 제 기능을 다 하려면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일본에 의한 강제 연행 피해자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어야만 합니다. 만약 그랬더라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지요. 날이면 날마다 강연회다, 집회다 하면서 연일 북한 때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지나간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허위사실을 유포 · 날조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래서 혹자들로부터는 "저게 진짜로 가족들을 구하려고 하는 거야?"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한 마디로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던 것이지요.


그 덕분인지는 모릅니다만, 이 조직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활발히 활동하는 보수 우익 세력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일본 총리가 되어 있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가 바로 이 '구출회'를 기반으로 정치적 성장을 해서 마침내 총리까지 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현 일본정부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관변단체 정도로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겠지요.


아베 총리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드리는 여담입니다만, 일본 기자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아베씨가 2005년 제3차 고이즈미(小泉) 내각에서 관방장관에 발탁이 되어 업무를 볼 때의 이야기 입니다. 일본 정부 관방장관이라는 직책은 우리로 하면 정부 대변인 정도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런 자리다 보니 자연히 기자회견 기회가 많았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상당히 조마 조마 했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주요 사안에 대해 브리핑을 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데 간혹 답변을 못하고 얼버무리고 마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고이즈미 정권 말기에 차기 총리로 아베씨가 유력시 되었을 때 일각에서 자질론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던 것이구요. 하지만 납치문제 하나로 일국의 총리까지 됐으니까요 그 뒷 배경이야 어떻든 간에 대단하기는 한 것이겠지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구출회'에 속해 있는 저명한 인사들 대다수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관계자들 못지 않게 상당히 편향되고 그릇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중에 한명, 현재 '구출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니시오카 쯔토무(西岡 力)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길게 적어내려 왔습니다.


이 양반이 쓴 책 중에 『日韓「歴史問題」の真実「朝鮮人強制連行」「慰安婦問題」を捏造したのは誰か』라는 단행본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한일 역사문제의 진실. 「조선인 강제연행」「위안부 문제」를 날조한 것은 누구인가?』 정도가 되는데요. 이 책에서 니시오카씨는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 제대로 보기'(니시오카씨는 이를 反日로 표현, 우리나라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 중에도 이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음) 바람은 일본의 미디어와 지식 · 문화인들의 거짓말에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자국의 일부 불량한(?) 생각을 지닌 지식인과 미디어가 앞장서서 '조선인은 강제연행 되었다' '위안부는 존재했었다'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이것이 빌미가 되어 한국 정부나 한국인들은 이것이 마치 진실인양 믿게 되었다, 그런 얘기 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건전한 시민단체들을 공격하기 위한 니시오카式 역사 날조요, 철저한 한국 정부 및 한국인 무시 전략인 것이지요.


이처럼 이 양반 출신성분이 그렇다 보니까 북핵 문제라든가, 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빌미로 북한 때리기와 관련한 글을 자주 쓸 수 밖에 없는데요. 보수를 자처한다는 우리나라 수구 인터넷매체에서 단지 북한 때리기라는 주제에 혹 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이 양반 글을 떡 하니 메인에 올려 놓고 있더라는 겁니다. 웃지 못할 슬픈 현실 아닙니까? 애국 좀 하세요, 수구 보수 여러분!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