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6:01

일본 요리우리(読売)신문 국제면에 실린 뉴욕타임즈 기사 두개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관련 망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구요.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나무라는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渡辺)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기 때문인데요.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3일자 미국 뉴욕타임즈는 야스쿠니(靖国)신사 참배나 식민지 통치를 둘러싼 아소(麻生) 일본 외상의 발언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즈가 문제삼은 아소 외상의 발언은 일본 왕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바람직하다고 한 것, 그리고 대만의 교육 수준을 높인 것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따른 것이다 라고 하는 발언입니다.
 
뉴욕타임즈는 '아시아인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아소 외상은 '외교 감각도 역사 감각도 이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소 외상은 14일 국무회의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즈의 사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비판은 자유다'라고 말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뉴욕타임즈의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비판은 미국의 주요 신문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소개하고, '사실 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나 중국측 주장을 따르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는 이날 사설에서도 종군위안부와 남경 사건에 대해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을 대량으로 납치해 성적 노예화했다거나 중국 민간인 수십만 명을 대량 살륙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일자 뉴욕타임즈는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요.
 
보수성향의 신문으로 알려진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태평양전쟁에 뛰어든 일본 지도자들의 책임을 일본 스스로가 검증해야 한다며 '과거사 검증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구요. 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와타나베 회장의 이와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 속에서 높아지고 있는 내셔널리즘에 대한 우려, 또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한 염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뉴욕타임즈는 요미우리 신문이 작년 여름부터 '전쟁 책임'을 검증하는 연재 기사 게재를 시작한 것과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하는 무종교 국립 추도 시설의 건립을 사설을 통해 호소한 것도 소개했습니다.
 
미·일 양국을 대표하는 양대 신문의 이와 같은 비판이 일본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고이즈미류와는 또 다른 일본 보수우익들의 진면목을 몇일새 연이어 보고 있는데요. 나카소네(中曽根) 전 총리의 고이즈미 비판 - 나카소네 전 총리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발언했지요. "총리가 할 일은 총리 자신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왕인 천황이 참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라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그러한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현재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A급 전범들의 분사를 주장했습니다.
 
사실, 일본 보수세력 입장에서 보면 이 양반 말이 맞아요.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이미 나카소네 전 총리가 처음으로 했거든요. 그럼 다음 총리들은 일본 왕의 참배를 고민했어야 하는건데, 자신들의 참배에만 연연해서 쓸데없이 주변국과의 갈등만 부추키고 있거든요. 그러니 나카소네 전 총리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답답할 수 밖에요.
 
그리고 이제 이번에는 와타나베 회장이 나선 것인데요. 고이즈미나 나카소네나 와타나베나 다 그 밥에 그 나물이지만, 사고의 폭이 다르지요. 실리가 뭔지를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냥 밀어 붙이고 보는 고이즈미류와는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뭐, 결국 그들이 만나는 지점은 동일하겠지만서도 말입니다.



 (뉴욕타임즈 기사 원문) Japan's Offensive Foreign Minister 

People everywhere wish they could be proud of every bit of their countries' histories. But honest people understand that's impossible, and wise people appreciate the positive value of acknowledging and learning from painful truths about past misdeeds. Then there is Japan's new foreign minister, Taro Aso, who has been neither honest nor wise in the inflammatory statements he has been making about Japan's disastrous era of militarism, colonialism and war crimes that culminated in the Second World War.
Besides offending neighboring countries that Japan needs as allies and trading partners, he is disserving the people he has been pandering to. World War II ended before most of today's Japanese were born. Yet public discourse in Japan and modern history lessons in its schools have never properly come to terms with the country's responsibility for such terrible events as the mass kidnapping and sexual enslavement of Korean young women, the biological warfare experiments carried out on Chinese cities and helpless prisoners of war, and the sadistic slaughter of hundreds of thousands of Chinese civilians in the city of Nanjing.
That is why so many Asians have been angered by a string of appalling remarks Mr. Aso has made since being named foreign minister last fall. Two of the most recent were his suggestion that Japan's emperor ought to visit the militaristic Yasukuni Shrine, where 14 Japanese war criminals are among those honored, and his claim that Taiwan owes its high educational standards to enlightened Japanese policies during the 50-year occupation that began when Tokyo grabbed the island as war booty from China in 1895. Mr. Aso's later lame efforts to clarify his words left their effect unchanged.
Mr. Aso has also been going out of his way to inflame Japan's already difficult relations with Beijing by characterizing China's long-term military buildup as a "considerable threat" to Japan. China has no recent record of threatening Japan. As the rest of the world knows, it was the other way around. Mr. Aso's sense of diplomacy is as odd as his sense of history.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15:59

요즘 일본 사회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대략 2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그 유명한 '한류' 열풍

또 하나는 일본 사회의 '보수화'  '우경화' 분위기가 그것이다.

몇일 전, 신쥬쿠에서 약속이 있어 외출을 하기위해 언제나 처럼 전철을 탔다. 점심 때가 막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승객은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반 정도는 빈 자리였다.

두 세 정거장을 지났을 무렵, 한 70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다.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시다가는 마침 내 맞은편 빈 자리에 앉으셨다. 좌우로 젊은 여자가 앉아 있는 자리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 할아버님은 좌우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들의 인상을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그 중에 우측 아가씨에게 말을 거시는 거다. 이때 부터가 걸작이다.

할아버님 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우리 자신(일본)을 모른다. 어디를 가든 맨 그 조선놈들이 만들어 놓은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고, 컴퓨터 인터넷에 빠져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일본이 얼마나 훌륭한 민족인지를 알아야 한다. 메이지 신사(그렇게 들렸다)로 와라. 거기오면 다 가르쳐 준다" 뭐, 요약하면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물론 그 젊은 아가씨는 눈을 감은 채 못들은 척 하고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할아버님은 2~3분을 당신이 하시고 싶은 말씀만 하시고는 일어섰다.

흠, 참.

이럴 때만큼 황당할 때도 없다. 내 앞에서 내 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매 한가지인데.... 도대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빤히 쳐다보면 싸우자는 것이 될테고.... 뭐, 그렇게 연세드신 영감님과 싸워본들 또 뭐할 것이며...

암튼 복잡한 심정 그 자체였다.

그 할아버님이 내리고 나서 한참을 생각해 봤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렇게 조선 사람(코리안)을 미워하는 것일까? 지나간 역사를 쭉 거슬러 가 보더라도 단 한번도 이들을 해코지 한 적이 없는데,  아니 오히려 우수한 문물과 문화를 일본 땅에 전수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나도 아이큐가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는 넘인데도 이 부분은 도대체가 이해가 안된다. 누구 아시는 분 있으면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다. 쩝~

개인적으로 일본 생활 7년차에 들어가는데 이런 광경은 처음으로 목격을 했다. 길거리에서 시위 중인 우익들은 가끔 봤어도 전철 안에서까지 이러다니... 그 만큼 일본 사회가 많이 오른쪽으로 치우져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도 그 할아버님 텔레비전은 참 열심히 보셨군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한국이 IT 산업이 우수하다는 것은 알고 계신듯 한데, 휴대폰을 조선(한국)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시는 것은 좀 오버하신 거다.

씁쓸하지만, 한류와 혐한류(우경화)의 상징적인 모습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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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54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외교에 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 라고 대답한 사람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해가 한일 우정의 해라는 사실이 무색해지는 조사 결과다.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51.1%로 전년보다 5.6%나 떨어졌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996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2001년에 잠시 감소 한 것 외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한류붐의 영향 등으로 2004년도가 과거 최고였고, 올해는 4년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44. 3%였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느낀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32.4%로 역시 과거 최악이었다. 작년보다 5.2% 떨어진 결과다.
 
외교에 관한 여론 조사는 일본 내각부가 1975년부터 계속 해오고 있는 조사로 올해는 전국의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사람이 39.6%로 작년보다 15.9% 포인트 내려갔다. 한편, 중일관계는 19.7%만이 '양호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이 일본 국민들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일본 언론들은 독도문제와 교과서 문제, 그리고 중국에서의 반일데모 등을 들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냉각기를 맞고 있는 주변국 관계가 크게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전혀 새로울 것도, 또한 이상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사실 오늘의 일본 현실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결과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일본 언론들의 '그들식 분석'에 더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 그리고 주변국의 반대 의견을 제대로 일본 국민들에게 전달해 주지 못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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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만이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한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도 한번 곱씹어 보자. 그는 기자단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경제관계 및 인적교류는 전에 없이 깊어지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호감도는 별개의 문제다"
 
'왜?'라고 하는 문제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전형적인 '고이즈미류'의 물타기식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바로 이와 같은 논점 흐리기 발언들로 인해 일본 국민들의 눈과 귀는 막혀버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요즘들어 부쩍 언론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는 단어가 '유사'라는 말이다. '유사시' 또는 '유사법제'라는 식으로 뒷 꼬리를 달고 다니곤 하는데,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바로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전제로 하는 대국민 '공포 조성용' 용어라는 사실이다.
 
오늘자 신문 기사 하나만 더 인용을 해 보자.
 
일본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탄도 미사일 공격이 있을 경우 등에 대비한 국민 보호와 관련해 주민들의 피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시읍면 국민 보호 모델 계획안'을 발표했는데, 내년 1월에 정식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탄도 미사일 공격, 게릴라 및 특수부대의 침공, 상공으로부터의 잠입 등 3종류의 무력 공격을 상정한 피난 매뉴얼로 시읍면은 이 모델 계획을 기초로 내년 말까지 구체적인 피난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게 오늘 일본의 모습이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정녕 21세기를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변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해본 적이 없는 나라가 주변국으로부터의 침략을 우려해서 유사시를 상정하고 있는 이 뻔뻔함은 이기적인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요, 역으로 주변국을 침략해서 막대한 인적·물적·심적 피해를 입힌 불행했던 과거를 갖고 있는 나라가 오히려 주변국을 의심·경계해서 가상의 적으로 몰아대고 있는 가당찮은 작태는  '몰염치'의 극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도둑이 제발 저린 꼴이다. 이런 절망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찌 일본 민초들이 주변국을 따뜻한 이웃으로 볼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게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52

고이즈미 총리의 말 한마디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차기 일본 총리로 만들었다. 우리 언론들도 일본 언론의 분석을 인용해서 이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선 이와 관련된 고이즈미 총리의 말을 먼저 들어보자.
 
고이즈미 총리는 12일,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1]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어려움에 직면해서 도망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에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출마를 강력히 촉구하는 발언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2]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선출될 가능성은 없다" 마치 아베 신조의 높은 인기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아베 관방장관에게는 상당히 힘이 되는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의 '아베 보호론'에 뒤이어 나온 발언이어서 갖가지 억측을 낳게 하고 있다. 모리 전총리는 지난 9일, 한 민영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서 "아베 관방장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음 총재선거에 출마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리 전총리의 이 발언은 좀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본 차기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통해 선택하게 되는데, 일정상 2007년도에 참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일본 사회의 민감한 문제 중에 하나인 소비세 인상건과 의료보험 제도 개혁(인상을 주요 골자로 하는) 등이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 남겨져 있다. 이를 실행하게 되면 민심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차기 총리는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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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이와 같은 상반된 듯이 보이는 두 사람의 발언을 두고 마치 고이즈미 총리와 모리 전총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이 분석들을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리 전총리는 아베 관방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몇 번인가 한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베군(君)은 아직 이르다.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장관도 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경험도 없지 않은가"라며 부정적인 발언을 한바 있다.
 
그렇다면 고이즈미 총리는 어떤가? 물론 겉으로 드러난 발언은 없지만 최근 들어(나는 처음부터 고이즈미가 아베의 인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2003년 11월의 중의원 선거 후 버려질 카드로 봤는데,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가 그의 정치적 생명줄을 연장시켜 주고 있는 듯 하다) 둘 사이의 갈등론이 고개를 내밀곤 하는 것이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관방장관의 사이도 그렇게 원만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정민영화 문제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는 과정 중에 의견대립이 심화 되었고,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아베 관방장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중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개인의 힘으로 승리한 선거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꿔서 말하면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는 아베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의 역할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정치인은 성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인 아베씨의 업적이랄 수 있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등에 업고 대북 강경론 하나로 오늘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다시 말해 시류에 편승해서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고 정치 농사 다 지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말이 필요 없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는 관방장관이라는 자리에 올라 앉게 된 것이다. 책임지는 자리에서 능력을 통해 검증 받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즉, 고이즈미 총리가 아베씨가 예쁘고 맘에 들어서 그를 관방장관 시켜준게 아니라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앞선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1]에서는 얼르고 [2]에서는 달래며, 대중적 인기에만 연연해서 뒤에서 놀지 말고 검증 가능한 곳으로 나와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라는 경고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이로 인해 아베 관방장관은 어쩔 수 없이 차기 총리 선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여지며, 그 결과에 의해 차차기 가능 여부도 심판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후 총리 후보군으로 계속 남느냐 아니면 아예 탈락하고 마느냐의  고독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체면치레를 할 것인가라고 보여진다. 한마디로 어떻게 꼴찌를 면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이즈미 총리와 모리 전총리의 상반된 듯이 보이는 발언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만 하는가? 간단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자신감과 모리 전총리의 조심스러움의 반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차기 총리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입각한 '후보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고, 모리 전총리의 경우는 대중적 지지도를 기반으로 한 아베 관방장관의 막판 뒤집기를 우려한 혹시 모를 우환은 아예 싹을 자르고 가자라는 '돌 다리 두드리기'로 보면 된다.
 
일본 보수 우익 언론들의 꼼수에 놀아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자민당 총재 선거
 
 1.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3년으로 중임 가능.
 2. 총재 후보가 한명일 경우에는 무투표 당선.
 3. 복수의 후보가 나올 경우에는 당원표 300표와 의원 1인 1표, 투표로 결정.
 4. 당원표는 각 시군구에 기초표로 3표, 남은 표는 당원수에 의해 나누게 되는데, 각 시군구가 갖는표는 적게는 3표에서 많게는 11표 정도로 각 후보의 득표수에 준해 비례 배분해서 계산한다.
 5.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되나, 모두가 과반에 미달할 경우에는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로 결정.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50

시마네(島根)현의 도발적인 '독도 망동'에 이은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안하무인격'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삐걱거리며 위태로운 행보를 거듭하던 한일관계가 고이즈미 총리의 계속되는 억지 발언과 보수 강경파 각료들의 망언으로 급기야 파행을 향해 치닫고 있다. 몇일 남지도 않은 올해가 한일 우정의 해라는 사실이 실로 부끄러워지는 일이다.
 
지난 5일,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는 더 이상 외교카드가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한국과 중국이 야스쿠니를 외교 카드로 삼으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중국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쪽이 이상한 것"이라며 그의 안일한 현실인식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측의 적반하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소 타로(麻生太郞) 외무상으로 이어졌다.
 
한두 번이 아닌 계속되는 망언 뒤에 나온 지난 7일,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했던 기자클럽 연설은 전형적인 보수 우익 강경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아소 타로 외상은 이날 "중국이나 언론이 지적한다고 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그만두는 것은 일국의 총리로서 할 일이 아니며, 그것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자신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을 건의할 생각도 없음을 거듭 강조 했다.
 
과거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중국인들에게 안겨준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계속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한편, "평화를 희구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봐주기 바란다"고 강변했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중국측을 겨냥해서 "지나간 과거가 미래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며 중국측의 자세전환을 재촉하기도 하는 전반하장식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가치관의 기본을 공유하고 있는 든든한 파트너, 아시아의 2대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했는데, 이는 한국과 중국을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일본측의 기본적인 주변국 외교 전략의 일단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보여진다.
 
한편, 한국·중국정부 및 주변국 역시 일본 각료를 비롯한 정치 인사들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관련해 심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일본측의 '동북아 갈등' 전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재외 미군 재편문제와 맞물리면서 군사력의 보유를 열망하고 있는 보수 우익들의 준동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고, 그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소기의 목적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것이 '평화헌법 개정'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일본 보수 우익 세력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거니와 주일미군 재편 문제는 이것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헌법 개정론자들의 오래된 논리가 바로 '자주 헌법론'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현재의 평화헌법은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 사령부 즉, 맥아더 사령관의 지시(강압)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이기 때문에 자주성을 상실하고 있으므로 자신들의 손에 의해 자신들의 의지를 담은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와 같은 맥아더 사령관에 의한 '강압론'이 허구라는 사실은 이미 정론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본인이 번역 출판한 이토 나리히코(伊藤 成彦) 선생의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 (원제: 物語日本国憲法第九条)』를 참고하기 바란다.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
이토 나리히코 지음, 강동완 옮김 / 행복한책읽기
정가 13,000  판매가 11,700 원   (YES포인트 5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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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헌법 개정론자들 역시 자신들의 진심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이 진정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자주 헌법론'이 아니며, 이는 단지 명목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진심은 바로 '자주 국방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주 국방론'은 일본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핵 폭탄급 위력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본심을 숨긴 채 '자주 헌법론'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헌법 개정론의 주된 내용이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하는 즉, '군대 보유' 사실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도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가 있다.
 
또한 주변국과의 갈등 문제를 비롯해 동아시아 공동체 결성에도 미온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 역시도 이 '자주 국방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위군으로 대변되는 군사력의 보유 의지는 어딘가에 적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정하지 않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평화로운 동북아시아는 일본으로 하여금 군사력의 보유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일본의 보수 우익세력은 냉전시대에는 러시아를, 냉전이 종식된 후에는 중국과 북한을 그들의 가상의 적으로 설정하고 끊임없이 안보 불안을 부채질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 되었던 한국과 중국 분리정책을 통한 중국에 대한 적대 · 무시 정책이 그 일례가 된다.
 
이와 같은 한·중 분리정책의 이면에는 김대중 정부 이후 한반도를 녹이고 있는 햇볕정책이 큰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과 북에서 불고 있는 따뜻한 훈풍은 일본 정부로 하여금 전략적 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는데, 남한이 '북한을 동포요 동족으로 보는 한' 더 이상의 일방적인 북한 때리기는 약효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도 노무현 참여정부의 탄생은 남북 모두에게 천만 다행한 일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친일 · 수구집단이 정권을 잡고 반북 · 반민족적 행태를 지속했다면 이는 일본 보수 우익세력에게 더없이 좋은 먹이감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친일을 일삼던 신문이 한국 최대의 언론으로 행세하고 있고, 일본 왕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한 채 부끄러운 황국신민이 되기를 자청했던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당당하게 제1 야당의 대표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미숙한 정치의식을 보여주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망국적 지역주의와 잘못된 선거제도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일본 보수 우익들에게 조차도 쪽팔리는 일이다.
 
각설하고, 이제는 어떻게 이들과 사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동안은 정상회담은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상회담, 장관회담 다 취소하고 만나지 않으면 속은 시원해서 좋고, 우리들의 화풀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혀 득 되는 게 없다. 고이즈미 이후가 고이즈미 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재 일본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앞선 글에서 고이즈미 3기 내각을 분석하면서 이들의 역할 분담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관방장관 기용과 아소 타로(麻生太郞)의 외상으로의 전진 배치, 중도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전 관방장관의 후방 배치는 철저한 역할 분담에 의한 후계자 경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베가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가 제일 큰 과제가 될 것이고, 후쿠다가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새로운 추도시설의 건립건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행보가 그것을 추측케 한다. 그리고 그 외의 인물(아소 타로 외상이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들은 차기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후계 경쟁 구도를 북한의 김정일 정권 역시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베 관방장관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후쿠다 전 관방장관이 다소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역시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후계자 경쟁 관계는 권력투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일본 정부 인사들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전략을 펼치되,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룹과 적극적인 관계 정상화 및 두터운 신뢰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일본내에서 이들의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함께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고이즈미 총리를 필두로 한 보수 우익들과의 만남 역시 거절해서는 안되며, 적극적으로 동북아 공동체와 평화·공생을 위한 동북아 건설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간단하게 가능할 동북아 평화 체제였다면 이제까지 60년을 과거사 문제로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차기 일본 총리는 후쿠다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데, 현재 후쿠다씨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와 같은 확신에 힘을 더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후쿠다 이후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후쿠다 이후의 인물이 아베 관방장관일 수도 있고, 고이즈미 총리의 재등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민감한 문제인 소비세의 인상과 의료보험 제도의 개혁 등이 고이즈미 이후 차기 정권의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로 인해 자칫 총선에서의 패배나 총선 전 패색이 짙을 경우 후쿠다는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려질 수도 있을 것이며, 이런 점에서 차기는 차차기를 위한 희생양 정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후 적어도 3년, 길게는 6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또 다시 '고이즈미류'의 인물들과 지지고 볶아야 한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15:47

일본으로 공부를 하러 온 이후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지금까지 생활 가능했던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지 싶다. 물론, 경기 침체로 인한 장학금의 감소, 아르바이트 임금 삭감 등을 모두 계산에 넣는다면 꼭 그렇게 다행스러웠다고만 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장학금이라는 불확실한 요소 보다는 생계 유지비라고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의 지출 감소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혜택(?) 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 또한 슬슬 오르려는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힘겨워질 것만 같다. 글쎄, 고이즈미 정권 4년이 남겨 놓은 결과가 차츰 현실화 되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몇일 전 신문에 규동(牛丼, 쇠고기덮밥)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규동은 그야말로 없는 사람들의 먹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돈 없는 서민들의  한끼 식사용 요기거리 였다. 250엔~300엔 정도로 정말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꽤나 괜찮았으니까. 게다가 햄버거 가격까지.
 
한편으로 이러한 물가 하락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7년 연속으로 샐러리맨들의 연봉이 감소 - 소득세액은 3.6%가 증가 - 하고 있다는 국세청의 조사 보고서이다. 중·고 소득층이 줄어들고, 연 300만엔 이하 저 소득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으로 양극화의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아르바이트 시급 역시 계속 떨어져서 한때는 시간당 1000엔을 넘기도 하던 것이 이제는 800엔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에는 프리타라고 하는 부류가 아주 많은 사회다. 쉽게 설명하자면 특별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들의 수입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라는 이유를 명분으로 삭감된 임금은 언제 제자리를 찾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물가는 벌써부터 들먹거리기 시작하니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결국 이렇게 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사회 역시 양극화 현상은 한층 심각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일본의 빈곤율이 5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일본이 빈곤율 5위라는 사실에 의아해 하거나 설마하며 웃어 넘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빈곤율은 절대 빈곤을 의미하는 수치가 아니다. 국민 평균 수입의 절반 밖에 수입이 안 되는 사람들의 비율을 빈곤율로 계산한다니까 그런 순위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
이토 나리히코 지음, 강동완 옮김 / 행복한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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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빈곤율이 근년 들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나서, 8.4%에서 15.3%가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에 1원 한푼도 저축액이 없는 세대가 10년 새 3배나 늘었다고 한다. 10년 전에 8.8%였는데 지금은 22.1%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채에 허덕여도 국민만은 부자라는 소리가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듯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저소득층의 증가와 더불어 특정한 계층의 저소득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프리타로 대변되는 젊은층과 직장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의 저소득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의 미래를 놓고 보더라도 자칫 사회문제화 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면 이렇듯 反서민적 양극화를 부추키는 주범은 누구인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저널리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실체는 능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잘 살아라 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알아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전폭적으로 고이즈미식 구조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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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정 보2010. 6. 18. 15:45

사실, 외국인으로 남의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풍습을 전부 이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우선은 현지 주민들과 한 가정에서 생활하지 않는 한 속속들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시간적 제약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의존하다 보니 주로 텔레비전에 비치는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이 전부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설날 모습을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간단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앞서도 엄살 떨 듯 이야기 했듯이 간접경험에 기초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감정이입 된 공감대 비슷한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각 지역별로 지역적 특색과 차이도 있다고 한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연말연시가 되면 자주 들려오는 단어가 있다. '귀성'과 '귀경'이란 말이 그것이다. 대도시나 타지로 나가 있던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와서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각 가정의 대문에 걸려 있는 오카자리(お飾り)   



    위 사진에서 처럼 새해가 되기 4~5일 전부터 각 가정마다 대문에 오카자리(お飾り)라는 것을 걸어둔다고 한다. 이는 새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과 같이 여러가지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풀고사리는 장수를 의미한다고 하며, 굴거리나무는 후세까지의 복을 비는 것이고, 오렌지 즉 주황색은 집이 대대로 번영하도록 해 달라는 의미이며, 다시마는 기쁨을, 새우는 허리가 구부러지도록 산다는 것으로 장수를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  카도마쯔(門松)의 모양도 다양하다 



    새해 전 날쯤이 되면 역시 대문 양쪽에 카도마쯔(門松)라는 것을 설치해 두는데 한자 의미 그대로 문에 두는 소나무 정도가 될 것이다. 카도마쯔 역시 종류가 다양해서 사진에서처럼 소나무 가지로만 된 것도 있고 화분모양으로 된 것도 있으며, 대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구성된 것도 있다. 소나무만 쓰다가 중세 이후에 대나무도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카도마쯔(門松)와 오카자리(お飾り)는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소나무의 푸르름과 대나무의 곧음은 집안의 무병장수, 대대손손 번영을 의미하기도 하고 신이 내려올 때 집 주위를 청결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불교의 영향이 깊음을 알 수 있다.



     

    메밀국수(年越しそば)를 먹으면서 격투기를 시청한다  



    새해 전날인 12월 31일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앉아 메밀국수(토시코시소바, 年越しそば)를 먹으면서 새해를 맞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메밀국수를 먹게된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긴 메밀국수 가락처럼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의미도 있고, 쉽게 끊어지는 국수 가락처럼 지난 한 해의 액운을 모두 끊어 버리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 가족이 오손도손 둘러 앉아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때 가장 즐겨보는 유명한 프로그램이 NHK의 가요홍백전이라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가요청백전과 비슷한 쇼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하는 경쟁사의 격투기(프라이드) 프로그램에 많은 시청자를 빼앗겼고, 또한 NHK 내부의 불미스러운 추문 등으로 인해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


    ▲  오죠니(お雑煮) 



    ▲  오죠니(お雑煮) 셋트



    그리고 드디어 새해 아침이 되면 떡국을 먹게 되는데, 이들은 오죠니(お雑煮)라고 부른다. 물론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오사카나 교토 지방은 미소(된장)로 끓인다고도 하고 동경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고 한다. 내가 먹어본 떡국 역시 사진에서와 같이 간장 국물에 모찌라는 직사각형 떡을 넣고 끓인 것이다.
     
    다들 자기 나라의 먹거리가 최고라고 하지 않는가? 참고로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그렇단다. 그래도 나는 역시 우리 떡국이 먹고 싶다. 얼큰한 김치만두와 함께 말이다.


    오세치(お節) 요리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설날 음식에 오세치(お節)라는 것이 있다. 설날에는 밥 대신 오세치를 먹는다. 찬합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먹을 때 마다 꺼내 먹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세치 요리는 우엉, 새우, 다시마, 연근, 검은콩, 무 등을 조리한 것으로 맛은 약간 달착지근하다. 각 요리 재료마다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구멍이 송송 나 있는 연근은 지혜의 눈을 의미하고, 긴 수염이 달린 새우는 장수를 의미하며, 검은콩은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이고, 다시마는 일년 내내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 했던 오카자리와도 비슷함을 알 수 있다.


    ▲  오죠니(お雑煮) 셋트와 토소(屠蘇)   



    오죠니와 오세치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불로장수를 기원하는 술 토소(屠蘇)라는 것이 있다. 온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마시는 술로 악한 기운을 멀리하고 건강에 좋다고 하며 3번에 나누어 마시는데, 주로 니혼슈(日本酒)나 맥주를 마신다.


    ▲  오토시다마(お年玉)


     

    대략 20세 이하의 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오토시다마(お年玉)라는 세뱃돈을 받는다. 그냥 돈을 건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해서 하나 하나 봉투에 담아서 주며 봉투에는 연이나 매화가 그려져 있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세뱃돈을 주고받은 다음에는 신사참배를 간다. 새해 첫 참배를 하쯔모우데(初詣)라고 하며, 그 인파도 엄청나서 동경 신주쿠 근처에 있는 유명한 신사인 메이지신궁(明治神宮) 같은 경우에는 매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290만 명 정도의 참배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설날의 주된 놀이로는 줄다리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동경 도심에서는 구경하기 힘들고 지방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44

    6자회담의 스케쥴이 대강 나온 듯 하다. 이 달 27일부터 3일간 중국의 북경에서 열릴 모양이다. 일본의 메스컴이 전하는 소식을 보자니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정부로서야 너무나도 당연한 희망사항이라고 보여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꼭 그렇게만 되어줄까 하는 의구심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마디로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시는 꼴이라는 느낌이다.

    자,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렇게 납치문제를 6자회담의 의제에 끼워 넣으려고 안달을 하고 있는가?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북일 국교 정상화'에 관계된 문제이다. 고이즈미를 필두로 한 여당 자민당의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국내외적 인기 상승의 히든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당내에 별반 지지 기반이 없는 고이즈미는 물론이고 자민당의 처지에서도 지금이 최고의 위기 상황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줄 안다. 결국 이러한 정치적 위기 상황의 타개책으로써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는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는 물론이고 자민당과 고이즈미의 정치생명을 담보해 줄 최선의 카드라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인데, 결코 녹록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정권을 국교정상화 파트너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는데 고이즈미 정권의 고민이 있다. 한번 속지 두 번 속지 않겠다는 의미와 함께 이미 북일 국교정상화 및 납치문제 해결의 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북한쪽의 일본 길들이기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볼 수가 있겠다.

    납치문제의 해결은 북일 국교정상화를 의미한다고 볼 때 일본으로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며, 바로 그 대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일본의 태생적 한계를 들 수가 있겠다. 과거의 무모한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입지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쉽게 말해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한 때는 한국의 군사독재 정권과 빌붙어서 그나마 동북아 지역에서 체면치레 정도는 할 수 가 있었지만 한국의 노무현 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이것마저도 쉽지가 않게 되어버렸다.

    물론, 북핵문제라는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지난 방일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탄생으로 인해 과거처럼 한국정부를 자기들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북한을 미끼로 맘대로 갖고 놀던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로 여기에 일본의 또 다른 고민이 있다. 그나마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했던 한 쪽 끈을 놓쳐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라인이 미국과의 유대 강화 및 이를 통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행사로의 전환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간단치가 않은 것이 수평적인 동맹관계를 희망하는 일본의 입장과 그 정도로 까지는 인정을 못해주겠다는 미국 부시정권의 시선의 다름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를 중국쪽에 완전히 넘겨주어서는 안된다는 일본정부의 고민(불안감)이 6자회담의 의제에 납치문제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일본은 이번 6자회담에서 별다른 역할 없이 다른 참가국들에게 끌려다니지 만은 않겠다는 즉, 자기의 목소리는 내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북핵문제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일본은 그다지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바로 그게 일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는 것이다.

    과거의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가 일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침략행위에 대한 반성과 참회 없이 어떻게 타국에게 무기의 동결 및 평화주의로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는 물론이거니와 북한쪽으로부터도 별다른 설득력을 기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납치문제를 빌미로 일본의 존재성을 인정 받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딴지를 걸어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이 한반도에서 일정부분의 역할을 자임하기 위해서는 북일 국교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특히 요즘처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과 일본의 정치질서 재편 및 자민당의 최대 위기하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다가는 자칫 동북아시아의 영원한 왕따로 남는 것은 물론이요, 자국내에서의 정권유지 조차도 낙관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이들의 발길을 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일본정부의 고민이기는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설사 납치문제 해결을 통한 북일 국교정상화의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이제 일본은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려버렸다는 점이다.

    납치 피해 가족들을 데려다가 써 먹을 만큼 써 먹었고, 그로 인해 북일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솔직하게 납치문제를 시인하고 일시 귀국을 허락했던 북한쪽의 입장을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일본 정부가 북핵문제와 납치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고자 6자회담에 납치문제를 끼워 넣으려고 안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손도 안 대고 코를 풀어 보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가 있겠다.

    몇 번에 걸친 6자회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핵문제가 원만하게 해결이 된다면 6자회담에 참가했던 국가들은 많든 적든 북한에 일정부분의 경제적 지원을 부담해야만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원금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것이 바로 일본이다.

    왜냐하면 북핵문제의 해결로 인해 가장 이득(안보 및 외교적)을 보는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지만 어찌되었든 외교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려 했던 과오에 대한 학습비용 정도로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다른 참가국들과는 다르게 일본은 북핵문제의 해결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납치문제와 북일 국교정상화라는 더 큰 과제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신창이 되어버린 북한쪽이 결코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가기 위해서도 역시 만만치 않은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입장에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와 납치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역시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핵문제든 납치문제든 이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북한쪽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올바른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본정부의 고민이 현실적으로 나타난 고육지책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전능한 미국쪽의 눈치도 살펴봐야 하고 정권의 지지 기반인 보수 우익 세력의 거동도 살펴줘야 하고 한국과도 과거와는 다르게 대등한 외교로 접근해야 하는 등의 여러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해 볼 때 결코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거나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지금도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군사대국화 지향 및 군국주의로의 회귀로 의심하고 있는 주변국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동참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그 메시지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생'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해 왔던 임시방편적이고 자국 중심적 기회주의를 버리고 진정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생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대국적 견지에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불안감은 떳떳하지 못한 마음에서 오는 병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42

    일본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일본 내에 있는 외국계 학교의 졸업생들에게 대학입학 자격을 주지 않음으로 인해서 외국계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입학 자격 검정 시험(대입 검정 고시)을 통과해야 하는 등 많은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문부과학성(교육부)에서는 외국계 학교 졸업생들에게도 대학 입학 자격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조선 · 한국계 학교를 졸업한 학생 등 아시아계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제외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교육 기회의 불평등 · 민족 차별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와 북한 핵 문제가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런 일련의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학생들을 볼모로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일본에서 외국계 초 · 중 · 고교에 재학중인 대다수의 어린 학생들은 재일3 · 4세들로 일본에서 태어났고 성인이 되어서도 일본 땅에서 일본인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해야 할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일본 내에 있는 외국계 학교는 총 120개로 그 중에 미국계가 20개, 조선학교 90개, 한국학교와 화교계 학교 등이 10개로 총 2만 1천명의 학생 중 조선학교 학생이 만 천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매스컴과 일부 정부 당국자에 의한 편파적인 북한 때리기 그리고 민족학교 학생들에 대한 폭력과 이지메(괴롭힘)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발표가 나옴으로 해서 일본정부의 사태 해결 의지에 상당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일본 변호사연합회의 야바나(矢花公平) 변호사는 "문부과학성의 이번 방침은 일본헌법,유엔인권규약에 위반되며, 유엔의 어린이 권리위원회의 권고에도 저촉되는 중대한 사안으로 심한 분노를 느낀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외국계 학교에 대한 차별은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라고 인정,1998년 2월 일본정부에 대하여 조선학교를 포함한 일정의 요건을 갖춘 모든 외국인학교에 대하여 조속히 수험자격을 인정하도록 시정권고를 낸 바 있다.

     


    문부과학성의 이번 방침은 단순히 시대에 역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이유 없는 폭행,폭언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것을 시정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일본정부 스스로가 조선학교를 차별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결정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밝히고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생은 편협한 자아 중심적 사고가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와 노력에 의해서만 실현 가능한 것이다. 또한 동반자적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지나간 역사의 오점으로 남아 있는 배타적 자국 중심의 부정적인 세계관을 걷어내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 가능한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바꿔보자는데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평등이 잔존하는 한 이런 우리의 바람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다시금 일본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정 보2010. 6. 18. 15:38
    외국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친구 · 선후배들이 불쑥 연락을 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내게 부탁할 일들로 먼 이곳까지 전화를 걸어온다. 그중에 가장 많이 물어오는 내용이 여행이나 비지니스로 일본을 오려고 하는데 저렴하게 묵을 만한 곳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내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든 외국여행을 자주하는 사람이든,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게되면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잠자리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보다 물가가 비싼 외국을 여행할 때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여행경비의 절반이 잠자리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해서, 오늘은 일본(동경)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숙박경비 줄이는 노하우 하나를 알려 드릴 생각이다. 물론, 일본 현지에 계시는 분들께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곳 동경에 살더라도 때로는 하룻밤 잠잘 곳이 없어서 헤매본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을테니까.


    이곳은 내가 가끔 이용하는 동경 고이와(小岩)에 위치하고 있는 '사우나 310'라는 곳이다. 우선, 찾아가는 길부터 안내를 하겠다. 고이와는 일본의 전철 노선중에서 소부센(總武線)을 이용해서 갈 수가 있다. 신주쿠, 아키아바라, 이이다바시 등에서 JR總武線이라고 쓰여진 플렛폼을 이용하면 된다.

    신주쿠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으며, 요금은 360엔 정도 할 것이다. 고이와역에 도착을 했으면 기타구찌(北口)로 나간다. 입구에 이도요카도라는 대형 백화점이 보이고, 좌측에는 미쯔비시 은행이 있다. 그 사잇길을 따라 약 50M를 올라가면 십자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길을 따라 또 다시 100M를 가면 역시 좌측편에 사우나가 위치하고 있다. 고이와역에서 걸어서 1분거리에 있다.

    5층 건물로 1층은 카운터겸 로비, 2층은 탈의실과 대욕탕, 3층은 식당과 수면실, 4층은 가면실, 5층은 캡슐호텔이다. 요금은 사우나및 숙박(체크 아웃은 오후5시)은 2,000엔, 캡슐호텔은 3,000엔이다. 그리고 아침 5시 이후에 입욕시에는 1,200엔이다. 이때도 체크아웃은 오후 5시다.

    자,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당당히 들어가 보자. 분명히 카운터에 서 있는 일본인 종업원이 "이락샤이마세"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도오모"하면 된다. 어서오세요라는 말과 고맙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우나에서 묵을 경우에는 신발을 벗어서 우측에 있는 신발장에 넣고 신발장키를 빼서 카운터에 갖다주면 된다. 그러면, 가운과 타올등을 주면서 이렇게 물어 볼 것이다. " 도마리데스까? " 자고 가겠냐는 것이다. 자고 갈 것이면 "하이"하고 2,000엔을 주면 된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손님들에게는 이것도 물어보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숙박이라고 생각할테니까.

    계산이 끝났으면 타올과 가운, 그리고 로카키를 받아들고 2층으로 간다. 2층에 로카룸이 있고 여기서 가운으로 갈아 입는다. 주의할 것은 키번호를 잘 보고 찾아 들어가자. 그리고 키는 소중하게 간직하자. 잃어버리면 벌금 5,000엔이라고 한다.

    그리고 귀중품은 반드시 카운터에 맞기도록 하자. 예를들면 여권, 현금 등등......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서 가끔 분실 ·도난사고도 있다고 한다. 귀중품을 맡기고 받은 확인서만 잘 보관한다면 카운터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 카운터에서 분실된 물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지만 개인이 보관하다가 분실한 물품에 대해서는 절대 보상 받을 방법이 없다.

    캡슐호텔에서 묵고 싶으면, "캅셀"이라는 말과 함께 신발은 벗어서 카운터 위에 올려 놓고 3,000엔을 내면 된다. 아침 모닝콜도 가능하다고 한다. 캅셀인 경우는 가운은 없이 키만 준다. 그 키를 들고 5층에 올라가면 역시 로카가 있고 키번호에 맞는 로카를 열어보면 그 속에 가운과 타올등이 들어 있다. 옷을 갈아 입고, 2층의 욕탕으로 향하면 된다.

    여기까지 했으면 이제는 자유시간이다. 목욕하고 잠자고 식사하고, 그곳 식당에는 한국의 신라면도 메뉴에 있다. 가격이 좀 비쌀려나? 500엔이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해 보자. 서비스로 김치 좀 주실 수 있나요? 사람 잘 보고 얘기하면 아마도 줄 것이다. 원래는 200엔인가 하는데 한국인 종업원도 있으니까 한번 부탁해 보자.

    아, 한국의 사우나 · 목욕탕과 다른점 하나. 일본 사람들은 목욕탕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타올로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들어간다. 타올이 없을때는 손으로라도 가리고 들어간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일본의 공중목욕탕이랄 수 있는 센토(錢湯)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센토는 남녀탕의 윗분분이 막혀 있지 않고, 주인은 남녀탕 모두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갔을 때는 한국에서 배낭여행 온 대학생들을 만난적이 있다. 약 20명 가까이 됐던 것 같다. 이런 단체 손님들은 특별히 디스카운트가 된다고 한다. 물론, 당연한 것은 아니고 능력껏 해야한다. 그 곳 사장님이 한국분인데, 참 좋은(?)분이다. 말만 잘하면 저렴하게도 가능할 것이다.

    어디든 사우나는 이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곳을 이용하더라도 위에 적은 내용과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므로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저렴하게 일본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현재 일본에서 비지니스호텔 하루 숙박비가 약 12,000엔 정도, 신주쿠의 가부키쵸에 있는 러브호텔이 약 7,000∼8,000엔 정도 임을 감안하면 정말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 처럼 숙박시설이 다양하지가 않다. 한국은 크게 여인숙, 장·여관, 관광호텔, 호텔 등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일본은 호텔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식의 여관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처럼 많지도 않고 주로 관광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불편함도 있다. 한국이 지나치게 많은건가? 아니면, 일본이 너무 적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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