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21. 4. 14. 18:00

더불어민주당이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후, 선거 결과 및 향후 전략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초선 5’, ‘내부적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들의 인식이 안타깝다.

 

정치인의 최대 덕목은 시대정신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촛불혁명의 계승이다. 촛불혁명의 정신은 적폐청산이다. 이를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시대정신이 적폐청산인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적폐들의 세상이며, 이들의 농간으로 미래조차 암울하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

 

어차피 적폐들의 세상이라면 진흙탕이다. 진흙탕을 걷노라면 신발에든 바짓가랑이에든 흙탕물 정도 묻히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이치다. 이조차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내부에 총질하며 덤비다 보면, 자칫 적폐들의 분열책에 넘어가 이쪽이 먼저 아사리판이 된다.

 

저들의 공격 논리는 늘 한결같다. 봐라, 다 똑같지 않냐? 라는 것이다. 사안의 경중은 애써 외면한 채 싸잡아, 바짓가랑이에 흙탕물이 튀었으니 다 같은 놈들이라는 논리로 일관한다. 집요하다.

 

정당과 정치인은 운명 공동체다. 당원과 정치인의 관계도 같다. 대의제 민주주의이기에 더욱 그렇다. 모두가 정치를 할 수 없는 형편상 당원의 뜻을 대신할 누군가를 뽑는 행위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뽑힌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것은 국민의 뜻이다. 많이 들어 본 말 중에 오천만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와 같은 연설 등이 그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

 

아니, 지지자의 뜻이거나 당원들의 뜻이어야지 웬 국민의 뜻?

 

나를 지지하지 않은 이들도 이 나라의 국민이기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고상한 설명이 뒤따른다. 일견 맞는 말 같아 보이지만, 이는 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해당 행위와 같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의석수를 만들어 준 국민의 뜻은, 나머지 120석에 준 국민의 뜻과 같지 않다.

 

선거 기간에는 온갖 정책들을 놓고 TV 토론회도 하고, 공약 자료집도 내며, 지지자들 간에 찬반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다들 자기 당의 정책이 우수하고 필요하다고 피를 토하며 이야기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이런 논평이 당의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온다. ”우리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은 모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뿔.

 

그럼 무엇 때문에 선거를 했지? 아니, 왜 복수 정당이 필요하지? 그냥 한 개의 정당에서 300명 의원을 뽑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물론, 그렇게 인사치레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추진은 냉정하게 자당을 지지해준 지지자들의 뜻에 입각해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180석의 의미는 적폐청산이었다. 그런데 그 적폐청산의 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오히려 적폐세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180석 이전에도 즉, 지난 총선 정국에도 조국 전 장관은 존재했다. 그럼에도 180석이라는 국민의 뜻을 얻었다. 이번 재보선 참패의 이유라기에는 설득력이 턱없다.

 

제발, 실체도 불분명한 국민의 뜻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가며 뒤로 물러서지들 마시라. 지지자들만을 보고 앞으로 질주들 하시라.

 

지지하지 않는 이들에 편승해서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정치의 상수가 아니다. 이쪽이 좋아 보여야 우리 편으로 넘어온다. 개혁으로 살맛나는 세상 만들어 보시라. 오지 마라고 말려도 이쪽으로 넘어오는 게 민심이다. 민심에 편승하지 말고, 정도를 가라.

 

남은 1년의 무한질주가 대선의 향배를 결정 짓는다. 개혁으로 무한 폭주하자.

 

 

'2007년~현재 > 시 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필코 개혁을 완수하겠습니다."  (0) 2022.02.14
관건은 선명성이다  (0) 2022.02.13
한반도 평화체제  (0) 2022.02.13
정치의 덕목은 시대정신이다  (0) 2021.07.28
불로소득과 민주주의의 위기  (0) 2021.04.15
우리 정치가 희망인 이유  (0) 2021.04.11
민주시민의 길  (0) 2021.04.09
자유민주주의의 딜레마  (0) 2021.04.08
소유의 비(非)소유화  (0) 2021.02.26
새로운 대한민국(총선 평가)  (0) 2020.04.21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