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21. 4. 8. 14:33

선거라는 게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고 이기는 타이밍이다. , 의미있는 패배 혹은 의미있는 승리인가가 그것이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압승한 측과 완패한 측, 어느쪽에 의미있는 선거였느냐가 중요하다. 승패의 결과는 사실 별 의미없다. 임기 1년 보장용 선거였기 때문이다. 조금 있으면 다음 선거 준비해야 한다.

 

내가 볼 때, 약이 된 것은 패자인 더불어민주당 아닌가 싶다. 대선에서 맞아야 할 회초리를 지금 맞았기 때문에 그렇다. 여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정말 쉽지 않은 선거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이길 것이라고 봤다. 지금 나온 여야 득표수를 반대로 놓고 예측했었다. 집단 지성을 믿었던 탓이다. 그런데, 그런 것은 없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에는 개인의 이득과 관련한 진실이 숨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이해에 기반한 선거였다는 말이다. 글쎄다. 어느 선거인들 이해에 기반하지 않겠는가마는 특히 이번 선거가 그러했으며, 그 이해의 저변에는 개인의 이득이 자리하고 있었다. 때로는 이해의 범주가 이념이거나 가치인 경우도 있다.

 

바로 이게 관건이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기획하는 데 시대정신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이득에 기반한 선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가치에 기반한 선거가 될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촛불혁명 정신의 계승이라는 가치에 기반했던 선거가 작년(2020년) 21대 총선이었다. 여당이 압승했다.

 

나는 최근의 선거 중에서 극강의 이득에 기반한 선거를 2007년 대선과 이번 보궐선거를 든다. 2007년은 부자되세요가 유행어였던 시대였다. 이명박과 정동영이 붙었는데, 압도적으로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때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던 때의 선거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보수당의 압승이다. 역시나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던 때 선거가 있었다.

 

이 두 선거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부동산)로 대변되는 불로소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생기는 이득은 불로소득이다. 그런데 이는 사회적 불만의 요소로 된다. 누구나의 불만이 된다는 의미다.

 

보자. 올랐다고 해서 다 똑같은 가격으로 오른 것이 아니기에 덜 오른 아파트를 가진 분들은 더 오른 아파트 소유자들이 부럽다. 솔직히 배가 아프다. 반면, 그 한 채조차 가지지 못한 분들은 그로 인한 불로소득의 이득으로부터 원척적으로 소외가 되니 이 또한 허탈하고 배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더 심하게는 한 채 가진 분들은 열 채 가진 분들의 이득에 속이 쓰리다.

 

어디 그 뿐인가? 이처럼 자산 가치 상승에도 만족이 되지 않은데, 세금 인상에다가 과세에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올랐단다. "누가 아파트 가격 올리라고 했냐고?"하는 심정으로 울분이 쌓인다. 이제 아파트 가격 인상으로 인한 내 재산 총량의 상승은 실현되지 않은 이득이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LH사태다. 이들은 불로소득 획득에 땅 짚고 헤엄친 이들이다. 그게 이번 선거에서 폭발한 것이다. 욕망의 분출구였다. 다들 허깨비에 홀렸다.

 

게다가 주위를 돌아보니, 나와 동지 관계였다고 믿었던 이들, 예를들면 같은 정당의 정치인이나 관료 모두가 불로소득 얻기에 바빴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과 배신감은 더욱 커진다. 왠지 나만 바보였나 쉽기도 하다. 권력에 가까이 있는, 소위 말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더 잘해야 하는 이유다. 진작에 부동산을 잡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불로소득은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인해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이다. 정부와 여당은 선별지급을 고수했고, 그리 추진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로소득인데,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았으며, 누구는 아예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불로소득은 그런 것이다. 많이 갖고 있거나 덜 갖고 있음의 문제가 아니라, 왠지 나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찜찜함이 몰려온다. 한 번 정도는 대의를 위해 승복하고 인정할 수 있으나, 이것이 한두 번 반복되다 보면 속에 쌓이게 된다. 쌓인 것은 언제가는 터지게 마련이다. 불로소득 역시 공평해야 한다. 아예 없거나, 있다면 누구나 똑같이. 재난지원금은 보편지급으로 갔어야 한다.

 

나는 이번 선거의 결과를 이와 같이 불로소득 집단최면현상이 빚어낸 이기심의 발로로 정리한다. 나의 이득을 더욱 극대화해 줄 후보나 정당에 표를 주었다는 말이다. 이런 바람이 불면 자신의 정치적 소신(가치)은 이득에 밀린다. 하자가 있는 후보라도 상관없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심정으로 내 이득에 들어맞으면 지지한다. 물론 여기에 더해 개혁에 대한 피로감(실망감)이 더해졌다. 개혁 추진에 일관성과 속도감이 무뎌지며, 오히려 개혁이 적폐세력으로부터 농락 당하는 모습은 집권당의 무능으로 비쳐졌다. 민심의 이반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이것이 민주주의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앞서 이기심의 발로라는 표현을 썼지만 어찌보면 이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 자유주의의 가치가 결합한 개념이다.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경제적 자유 즉, 축적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경쟁이 뒤따르며 축적의 정도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민주적 기본 가치에 자유주의가 아닌 공동체주의 혹은 공화주의를 중점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쟁보다는 공동체, 혹은 평등이 중심 개념이 되기에 그렇다. 민주공화주의가 그것이다. 그 사회의 중심 가치가 자유민주주의화 하는가? 민주공화주의로 기우는가의 기준은 공정과 정의다.

 

불로소득은 공정과 정의의 정신에 맞지 않다. 대립한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사회 구성원의 선택(주권자로서의 한 표)을 자신의 '이득'이 아닌 '가치'에 두도록 이끌 것인가? 민주시민은 진흙탕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토대는 공정과 정의에 기반한 사회에서다. 성공하는 좋은 정치와 실패하는 나쁜 정치가 나뉘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득에 따라 선택한 표를 먹고 사는 정치는 나쁜 정치, 가치 선택으로 이끄는 정치가 좋은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치에 따른 선택을 고집하는 이가 성숙한 민주시민이다. 성숙한 민주시민은 공정과 정의 사회에서 만발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정치(권력)의 몫이다. 정치의 역할이 몹시도 중요한 이유다.

 

선거 이후에 진 곳은 진 곳대로, 이긴 곳은 이긴 곳대로 추후 전략 만들기에 나설 것이다. 모르겠다. 궤멸 수준으로 완패한 여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쉬이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뒷걸음질은 아니라고 본다. 더 강력한 개혁모드로 나아가되,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부동산 부자가 되고 싶거든 공직들 내려 놓고 부동산 업자로 나서시고, 공직자로 살고 싶거든 부동산 불로소득의 유혹으로부터 멀어지시라!

 

부동산 불로소득의 원천 차단은 소득의 투명한 공개로부터 출발한다. 모든 공직자(준공직자, 대학교원 포함)의 재산신고를 의무화하자. 그래야 재산 형성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거듭 당부한다. 불로소득으로 부자되고 싶은 분들은 공직에 발 담그지 마시라.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