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9. 12. 22. 10:24

서론

"지역구 후보등록을 하고자 하는 자가 정당의 공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자인 때는 그 소속정당의 대표자가 서명·날인한 추천서와 본인승낙서를무소속후보자인 때는 그 관할지역구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인하여 교부한 추천장을 사용하여 선거권자 300인 이상 500인 이하가 기명·날인한 추천장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한다."(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48조 2, 49조 2~3)

 

정당정치는 대의정치의 다른 표현이라 할 정도로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대의정치 구현의 수단이, 정당에 기반을 두고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하는 작업이기에 그렇다. 물론, 정당 없이 대의정치에 입문하는 게 불가능하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위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에서도 보듯이 방법은 있다. 정당을 배제한 소위 무소속 출마가 그 한 예이다. 하지만 무소속이라고 해서 정당과 아예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겉 무늬는 무소속이나 특정 정당의 '지원'이나 '지지' 또는 '묵인'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의정치에서 정당을 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정당정치가 대의정치로 구현되는 통로 즉, 공천의 적실성에 있다. 요즘 우리 사회 거악의 표상처럼 되어 있다시피 한 적폐라는 단어를 들어 역설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적폐는 공천(非적폐적 인물)이라는 적실성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기에 그렇다. 정당정치에서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패의 관건 중의 하나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는 "정당의 공천작업이 정당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며, 만약 정당이 이러한 후보선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정당은 절대 정당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하였다. 70여 년 전의 아주 오래된 주장이기는 하나, 그 의미하는 바는 현대에 이르러 오히려 더욱 중시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각 정당이 앞다투어 '국민경선제' 방식을 공천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참여경선제의 형식으로, 혹은 오픈 프라이머리나 블랭킷 프라이머리 등 완전국민경선제의 형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우리의 공천제도가 절대적인 민의의 반영, 혹은 완전한 민주적 공천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정당구조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본론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아수라장이다. 선거구제 개편과 공수처법을 대하는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반된 이해관계를 여기서 다루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선거구제 개편 문제는 정당구조 개편 문제와 함께 논함이 옳다고 보나 정당구조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다. 선거구제와 정당구조는 대의민주주의의 반쪽씩을 담당한다고 할 만큼 대의제 민주제에서는 절대적 요소이다. 선거제도에서의 민주성 즉, 대표성과 비례성의 확보는 그 전제가 공천의 민주성에 있다. 현행 한국의 의회민주주의가 유권자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공천제도의 투명하지 못한 운용 탓이 크다. 상향식의 정당구조를 희망하는 유권자의 뜻과 하향식 정당구조에 익숙한 기성 정치인들 생각의 차이에 있다. 선거철만 되면 튀어나오는 공천파동 역시 주권자의 뜻에 반하는 행위이다.


여러 갈래로 공천의 민주성 확보를 위해 큰 노력이 있었음에도 아직 모두의 성에 차지 않는 이유는 정당구조의 근원에서부터 사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상향식 공천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하의 서술은 이제껏 별로 논의된 바 없는, 그래서 선행연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문제라 자료 참고 없이 개인적인 생각 위주로 서술하고자 한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4차산업혁명'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한 담론이 회자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 노동(일자리)과 인간의 삶이 그 속에는 오롯이 녹아있다. 민주시민교육 담론은 현실 사회(정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다.


우선, 4차산업혁명이 몰고 올 사회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는 직장이 없는 무직장인이 더 많은 사회이다. 직장은 인공지능 단말기들의 집합체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은 노동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가 희망했던 공동체를 예로 들어보자.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가 그것이다. 적당히 일하고, 낚시도 하며, 저녁에는 평론가의 삶이 가능한 사회를 말함이다. 물론, 그 모든 게 다 노동의 범주에 들어간다. 참여민주주의의 전형처럼 이야기하는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도 그렇다. 그곳 역시 직장이 없는 이들에 의한 참여정치였다. 그 당시의 귀족과 자유인은 일하지 않는 계급이었다. 그리고 그들만이 정치했다. 일은 노예들의 몫이었고 말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아테네)폴리스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활동에 참여하는(politeuesthai) 권리는 오로지 시민(자유인-필자 주)에게만 국한되었다... [중략]... 엄밀히 말해 폴리스는 지리적 위치를 가진 도시국가가 아니다. 폴리스는 사람들이 함께 행위하고 말함으로써 생겨나는 사람들의 조직이다. 폴리스의 참된 공간은, 그들이 어디 있든, 이 목적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네가 어디로 가든 너는 폴리스가 될 것이다." ...[중략]... 폴리스는 가장 폭넓은 의미에서 현상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나는 타인에게, 타인은 나에게 나타난다. 사람은 거기에서 다른 유기체나 무기체처럼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이 나타난다.'라고 역설하였다. 행위범주로서의 정치, 혹은 정치적인 것의 중요성을 지적한 말이다.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우리의 미래와 아주 다르지 않은 사회가 이미 오래전에 존재했었음을 논하고, 이것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가 아님을 주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미래가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현실이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정당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또한,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한 담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런 논의가 대두되는 이유는, 우선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규교육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교육 혹은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 또한 정당구조의 개편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글의 요지 중 하나다.


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당원들이 자비를 지출하며(당비)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정당구조는 이렇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체제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존재하며 사법부가 또 하나의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체제 존립의 핵심은 행정부와 입법부이다. 사법부는 이 둘의 이해관계나 다툼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에 그 기능이 다소 다를 수 있다. 문제는 행정부의 편제와 입법부의 편제가 상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다를 뿐만 아니라 규모나 운용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행정부는 공무원 혹은 준공무원의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민 십여 명 중의 한 명이 그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대단한 조직이다. 입법부는 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함이 현실이다. 그나마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과 지방자치의 이념에 의해 근년 들어 그 세가 다소 확대되기는 했으나 행정부에 비하면 한참이나 역부족이다.


이래서는 삼권분립이라 할 수가 없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떻게 균형감 있는 분립의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정당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당원들의 권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행정부 전국 조직만큼이나 다양한 지역에 정당의 영향력이 뻗쳐야 한다. 그리고 이들(당원)에 대한 대우는 최소한 준공무원에 준해야 한다. 각 정당의 당원들은 자체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자당의 정책과 정강을 직접 작성하며, 국회의원 후보와 지자체의 장 또는 의원 후보를 선출하며, 자기 지역의 행정부(시··구)를 감시·견제하고, 그 지역의 대학교원(국립대학)·지역경찰 고위직·지방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물론, 이번에는 국회의원(혹은 지자체의 장이거나 의원)이었던 이가 다음 총선에서는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해 평당원으로 복무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정치를 평생의 업으로 하는 직업정치인의 탄생을 의미한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일차적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일자리의 감소를 염두에 두고, 현재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본소득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의 형태로 정치하는 직업을 공무직화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도 막대하게 지출되고 있는 각종 관변단체들(바르게살기, 새마을운동, 자유총연맹, 부녀회 등)에 대한 지원금이,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연간 100억 원 정도다. 이런 재원만 돌려서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특별한 예산편성 없이 시범적으로 시행해 볼 수 있다.


결론

현 공천제도의 문제점은 폐쇄형 공천, 깜깜이 공천이라는 데 있다. 누가, , 어떤 기준으로 그 후보를 선택했는지 당원이나 유권자는 알 길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인물형 투표가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묻지마식 선거형태가 반복적으로 진행되며 이는 정치후진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관건은 공천의 투명성 확보, 당원의 뜻이 반영된 공천구조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는 지금의 제도 보완적 측면에서 고려하기보다는 20년 혹은 30년 뒤를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 제도개선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당의 당원을 공무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