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20. 4. 21. 16:17

21대 총선이 끝났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180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압승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나는 무엇보다 한국 사회 주류의 교체를 꼽는다. 주류 교체의 동력은 촛불혁명과 선거연령층의 변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주류 교체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다. '자유민주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의 이행이다. 다른 하나는 '산업화세대에서 민주화세대'로의 교체다. 물론 그 한 중심에서 나름의 역할(50대의 보수화 저지)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 50대를 꽉 채운 386의 고령화다. 마지막으로 호남의 선택이다. 즉, 안철수에서 이낙연으로 말이다.

 

1. 자유민주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


20186월 교육부는 초등 사회과 · 중등 역사과 교육과정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교과서 내용 중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민주주의나 민주공화주의나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것은 같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이념이다. 다만,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에 의해 평등지수가 달라진다


요즘 우리가 자유의 개념으로 제일 먼저 떠 올리는 것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숭고한 권리로서의 자유다. 하지만 자유주의에서 그러한 이념이 추가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자유라는 개념이 태동하던 초창기 즉, 봉건제 말기의 자유는 상업을 할 수 있는 자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했다.

 

봉건영주에게서 벗어나 있지 않았던 신분인 상인계층은 자신들의 부가 점점 쌓여가면서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고리대금업에도 손을 대면서 봉건영주들에게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며, 경제라는 신분야를 개척한다. 근대 초기의 혁명은 대부분 상인계층이 주도하여 경제활동을 용인받으려는 투쟁의 일환이었다.

 

그래서 자유의 개념 안에는 능력껏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자신의 능력만큼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말이다. 이것이 공화주의로 이행하게 되면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개인보다는 공공이나 공동의 가치 혹은 이익을 우선시 하는 공공선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 능력껏에서 평등으로의 이행이라 할 만하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개인보다 공공선을 우선시하게 된 연유는 촛불의 힘이 크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절대적 개인 우선주의였다


오늘날 이웃 나라 일본, 유럽의 여러나라들, 미국 등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라. 얼마나 위태로우며, 국가의 무기력함은 정말 예상 밖이다. 자유민주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자유민주정의 한 극점인 신보수화(네오콘)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다. 정부의 역할, 공동체의 가치 대신 개인의 자유(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춘 위선 선진사회의 민낯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부(국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멀지 않은 곳에서 촛불혁명이 길의 방향을 틀어주었던 덕분이다. 촛불혁명이 갈림길이었던 셈이다.

 

2. 산업화세대에서 민주화세대로

 

어느덧 38650대를 꽉 채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고 있다. 자연의 순리다. 이 말은 다른 말로 바꿔하면 50대가 더 이상 보수적이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 이번 선거결과도 이를 잘 증명해 준다. 50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49.1% 41.9%였다. 7%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다. 60대 이상의 투표 경향인 32.7% 59.6%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를 느낄 수 있다.

 

제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를 기억하는 세대는 50대 이후의 고령자(?) 세대뿐이다. 이 또한 앞으로 한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 50대가 60대를 꽉 채우게 된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사회의 연령분포는 보수(수구세력)의 쇠퇴를 동반하게 된다.

 

1년을 기준으로 새롭게 선거연령에 진입하는 인구가 약 50만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연령을 낮춤으로써 18세(52만 명)까지 합세했다. 선거연령이 한층 젊어졌다. 4년마다 총선이 있으니 대략 200만 명의 젊은이가 선거 가능연령이 되는 것이다.

 

다시, 1년을 기준으로 사망하는 고령자 인구는 대략 30~40만 명이다. 4년이면 약 150만 명이다. 그러니까 4년마다 350만의 젊은 표가 늘어나는 셈이다. 우리나라 유권자수가 대략 4,400만 명이니 유권자의 약 8%에 해당한다. 국회의석수 300석 중에 24석이다. 대략 15~20석 정도를 움직이는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

 

3. 안철수에서 이낙연으로


4년 전 20대 총선의 안철수 국민의당 열풍은 호남의 인물부재에 기인했다. , 마땅한 대통령 후보를 찾지 못한 호남 민심이 안철수에 거는 기대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불세출의 기대주 이낙연 전 총리가 있다.

 

이낙연 총리가 차기 대통령 지지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향해 달리던 시점에 안철수 현상은 거품이 꺼졌다고 봐야 한다. 서로의 지지율이 연동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안철수는 부재 속의 대안인물이었을 뿐이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20대 총선을 보면 21대 총선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진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의석수가 123석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었다. 이 둘을 합치면 161석이 된다. 슈퍼 여당의 모태는 바로 여기였던 셈이다


일례로 우리 지역에서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21%의 표심이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가 없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로 약 17%, 미래통합당 후부에게로 약 3% 이동했다.

 

여기에다가 앞서 이야기했던 선거연령의 변화 약 8~9%(+18세 유권자)의 젊은 유권자 유입이 주효했고, 코로나 방역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여당 압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200석도 불가능한 기대는 아니었던 셈이다.

 

4. 향후 전망 혹은 기대


많은 이들이 비대해진 여당의 불협화음을 벌써부터 걱정들 하신다. 나는 그렇게 빨리 오합지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과거의 열린우리당 경험도 있고, 당선 인물의 면면도 과거와 같지 않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순항하리라 본다.

 

그리고 예측하건데, 22대 총선에서 역시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을 또 할 것이다. 200석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때쯤 되면, 사회적 과제 해결에 따른 피로감과 향후 국가 아젠더를 놓고 여당은 권력투쟁과 이념 노선 갈등 등으로 분화의 조짐을 보일 것이다.

 

이때쯤 더불어민주당의 분화는 한쪽으로는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다른 한쪽으로는 중도진보정당으로 나뉘리라. 현재의 미래통합당은 일정지역(대구 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소수 수구정당의 형태로 쪼그라들 것이고 말이다.

 

나는 이를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본다. 그리되어야 비로소 한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때쯤 우리는 수구 아닌 합리적 보수정당을 갖게 되지 않을까?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