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22. 11. 20. 11:44

2월 시작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충돌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여러 곳에서 평화 협정과 관련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협상 메시지가 젤린스키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입장도 평화 협상에 긍정적이라는 소식이 있다.

 

영국의 리시 수낙 신임 총리도 취임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했다. 젤린스키를 만난 수낙 총리는 6천만 달러에 달하는 국방 원조를 약속했다. 군사 충돌의 종결이 임박했다는 말이다. 이삭줍기를 위한 발빠른 행보로 보인다. 협상으로 가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을 잘 정리한 국민일보 기사(2022-11-17)를 아래에 인용한다.

 

“푸틴의 협상 메시지 받았다” 우크라 전쟁 국면 전환 주목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정치적 해결책 있을 것"

 

우크라이나언론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6(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으로부터 협상을 원한다는 힌트를 받았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크렘린궁이 원하는 전형적인 비공개 협상이 아닌 공개 대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미 국방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군은 심하게 상처를 입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강하고 상대가 약한 상황에서 협상하길 원한다아마도 정치적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 작전 초기부터 군사 행동의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아놨다. 12월 말에 끝내겠다고 했다. 대략 40일 정도가 남았다. 원했던 지역을 얻었고, 수순대로 진행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다행인지 모르겠는데, 미국 중간 선거에서 바이든 정권은 예상외의 선전을 보였다. 민심을 확인했다.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곳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와 미국이 원했던 그림대로 결과가 나와 주었다.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했다고는 하나, 이는 러시아의 패전이라기 보다는 푸틴이 젤린스키에게 건네는 떡고물의 성격이 짙다. 젤린스키에게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이번 군사 충돌이 가져온 결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유럽(영국을 제외한)의 시간은 끝났다는 사실이다. 더 강력하게 미국 파워의 나토 체제로 복속하게 될 것이다. 추운 겨울은 감내해야 하는 반성의 시간으로 족하다. 앞으로는 더 많이, 더 혹독하게 털리는 일만 남았다.

 

다른 하나는 세계가 다시 미러 양극체제를 준비한다는 점이다. 푸틴의 군사 행동이 비단 푸틴만의 의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이해를 반영한 군사 행동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군사행동으로 정말 이익을 얻은 곳은 미국이다. 손대지 않고 해결했다. 유럽을 무릎 꿇렸고, 세계 경제를 다시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빨대 꼽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사 충돌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관심사다. 해답은 양안관계에 있다. 세계의 시선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이동한다.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것인가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상황은 무르익어가고 있다. 중국 내부 사정이 그렇다. 위드 코로나의 혼란과 부동산 등 경기침체, 이로 인한 인민들의 불안과 불만의 폭발은 어딘가로 사회의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서방세계의 기름 붓기 작업들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양안 충돌은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

 

세상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근현대사의 두 축은 냉전과 화해였다. 지금이 화해의 마지막 국면이다. 다시 냉전으로 돌아간다면 이는 미중 냉전으로의 진입이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러시아 양강체제의 화해 국면이라는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인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거 패권적 제국이 휩쓸던 때는 제국의 힘을 가진 국가가 주변 국가들의 역량을 완전히 빨아들이며 생존했다. 주변국은 제국에게 위탁해야 생존할 수 있던 시대다. 이후 시장경제 사회로 변화하면서 위탁은 분업으로 바뀌었고, 이는 또 다른 협력 체제를 낳았다. 내가 만든 빵과 이웃이 만든 옷감을 사고파는 관계로 변화했다. 이는 다시 국제사회로 확대되었다. 이게 지금까지 인류 삶의 보편적 양상으로 이어져 왔다.

 

앞으로의 세계는 이 둘의 결합일 가능성이 크다. 패권적 제국의 힘이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각자 도생해야 하는 시대로의 이행이다. 패권적 제국이 과거의 미국이나 소련과는 다른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이기적이되 폭압적이지는 않은 형태의 제국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비슷한 파워를 지닌 몇 개의 강대국이 세계를 경영하는 형태이다. 이기적인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행태이고, 폭압적이지 않다는 것은 과거의 식민지배와 같은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뜻이다.

 

한반도가 평화체제를 이루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몇 개의 강력한 국가에 드는 데 필요한 노력이 바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다. 강대국으로의 조건을 갖추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 첫걸음이 한반도 평화체제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