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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8 일본의 유도리(여유) 교육 논쟁
  2. 2010.06.18 갈수록 팍팍해지는 일본의 서민생활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20:02

일본은 1977년 이후에 학생들을 학교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정규수업시간'을 계속 줄여왔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 새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주5일제 수업과 교과내용의 30% 축소, 즉 수업시간을 많이 줄인 '유도리(여유)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의역을 좀 한다면 '열린교육'이 적절한 표현일 겁니다.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여유시간을 주겠다는 것이 여유교육의 핵심인데요. 이렇게 주어진 여유시간을 체험이나 탐구 학습의 기회로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자는 교육 방법입니다.
 
한 마디로 여유교육이란 학생들에게 학습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학생들을 학습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남는 시간을 자신을 개발하기 위해 쓸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방과 후에 서클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많이 만들어 주거나 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일본의 학생들은 대개가 한 두개의 서클이나 운동부에 등록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학생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수업이 끝나더라도 보충 수업이다 뭐다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특별활동 역시 겨우 1주일에 한번 정도로 국한되어 있구요.
 
그러나 일본 학생들은 거의 매일 수업 후에 특별 활동을 하고 있구요. 또 정기적으로 지역별 학교대항 체육 대회라든가 문화 축제라든가, 그런게 많이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아직도 고교축구와 고교야구가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대회로 열리고 있는데요. 그렇게 될 수 있는 것도 이런 교육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폐지론의 대두
 
문제는 학력저하라는 것 때문인데요. 재작년에 발표된 OECD 경제협력 개발기구의 학업능력 국제비교 조사에서 일본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2000년도에는 8위였던 일본 고교생들의 읽기 능력이 14위로 내려갔구요. 1위였던 수학 실력이 6위로 떨어진 것이지요.
 
이때부터 여유교육이 사회적으로 몰매를 맞기 시작하는데요. 이 결과를 두고 여유교육은 실패 판정을 받은 것이라는 논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교육개조 운동이라든가, 학습지도 요령의 전면 개정이라든가, 이런 방법을 통한 여유교육의 폐지론이 힘을 받습니다.
 
그러나 요즘 얘기되고 있는 이와 같은 교육개조 운동의 진실을 바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일본 사회의 보수우경화 분위기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사실, 일본 여유교육의 시발은 교직원 노조와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당시 이에 반대하던 보수세력들이 이제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에 편승해서 교육계 장악에 나선 것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의도는 단순히 여유교육의 폐지에만 있지 않고 넓게는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한 이념의 주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인데요. 국가라든가 민족, 애국이 여기에 포함이 될 겁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시민운동도 급속히 퇴조되었구요. 학교에서 교직원 노조 가입율도 한때 85%를 넘던 것이 지금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겠지요.
 
또한 교육 문제의 하나로 요즘 우리나라 언론에도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는 자격 없는 교사, 무능력한 교사의 퇴출 이야기도 이런 교육계·사회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것을 우리나라 보수 언론들이 많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로 이용되기도 하고 말이지요. 일본의 실패한 여유교육에서 배워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만, 여유교육의 긍정적인 면들도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도 제대로 좀 봐 줬으면 합니다.
 
무조건 여유교육을 폐지하고 수업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여유교육 유지

 
일부 학력 저하 현상이 여유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여유교육의 시행 과정에 서툴렀기 때문이었다고 보고 유지쪽으로 결정을 내린건데요. 제대로 본 것이지요.
 
문부과학상 자문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본격시행 3년 만에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여유 교육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여유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 부족과 교사들의 시행착오로 학력저하가 생겼다고 잠정 결론지으면서 여유교육의 유지를 결정한 겁니다.
 
이와 같은 결정을 두고 여론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소 보수적 입장에 있는 쪽에서는 미흡한 결론이라는 주장이구요.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쪽에서는 문부과학성이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는 의견인데요. 지금은 비록 국민 여론이 승리를 했습니다만, 머지 않아 또 다시 이처럼 교육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결론이 나오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겁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15:47

일본으로 공부를 하러 온 이후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지금까지 생활 가능했던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지 싶다. 물론, 경기 침체로 인한 장학금의 감소, 아르바이트 임금 삭감 등을 모두 계산에 넣는다면 꼭 그렇게 다행스러웠다고만 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장학금이라는 불확실한 요소 보다는 생계 유지비라고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의 지출 감소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혜택(?) 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 또한 슬슬 오르려는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힘겨워질 것만 같다. 글쎄, 고이즈미 정권 4년이 남겨 놓은 결과가 차츰 현실화 되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몇일 전 신문에 규동(牛丼, 쇠고기덮밥)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규동은 그야말로 없는 사람들의 먹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돈 없는 서민들의  한끼 식사용 요기거리 였다. 250엔~300엔 정도로 정말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꽤나 괜찮았으니까. 게다가 햄버거 가격까지.
 
한편으로 이러한 물가 하락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7년 연속으로 샐러리맨들의 연봉이 감소 - 소득세액은 3.6%가 증가 - 하고 있다는 국세청의 조사 보고서이다. 중·고 소득층이 줄어들고, 연 300만엔 이하 저 소득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으로 양극화의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아르바이트 시급 역시 계속 떨어져서 한때는 시간당 1000엔을 넘기도 하던 것이 이제는 800엔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에는 프리타라고 하는 부류가 아주 많은 사회다. 쉽게 설명하자면 특별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들의 수입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라는 이유를 명분으로 삭감된 임금은 언제 제자리를 찾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물가는 벌써부터 들먹거리기 시작하니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결국 이렇게 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사회 역시 양극화 현상은 한층 심각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일본의 빈곤율이 5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일본이 빈곤율 5위라는 사실에 의아해 하거나 설마하며 웃어 넘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빈곤율은 절대 빈곤을 의미하는 수치가 아니다. 국민 평균 수입의 절반 밖에 수입이 안 되는 사람들의 비율을 빈곤율로 계산한다니까 그런 순위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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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빈곤율이 근년 들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나서, 8.4%에서 15.3%가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에 1원 한푼도 저축액이 없는 세대가 10년 새 3배나 늘었다고 한다. 10년 전에 8.8%였는데 지금은 22.1%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채에 허덕여도 국민만은 부자라는 소리가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듯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저소득층의 증가와 더불어 특정한 계층의 저소득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프리타로 대변되는 젊은층과 직장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의 저소득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의 미래를 놓고 보더라도 자칫 사회문제화 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면 이렇듯 反서민적 양극화를 부추키는 주범은 누구인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저널리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실체는 능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잘 살아라 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알아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전폭적으로 고이즈미식 구조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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