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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9 재해시, 가장 먼저 대피하라
  2. 2010.06.19 지진은 정말 무서워요
2007년~현재/일 상2011. 6. 9. 19:36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곁에 두고 사는 일본이라 그런지 재해와 관련한 많은 연구와 매뉴얼이 있습니다. 특히, 바로 얼마 전 대지진으로 크나큰 피해를 입은 터라 더욱 경각심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자,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에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재해시에 늦게 대피하는 사람에게는 상황을 즐기는 '안일한' 심리가 작용해 위험을 키운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공감 되는 바가 커, 기사를 요약해서 번역해 봤습니다.

 

이와 같은 심리는 특히 남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를 재해 전문 용어로는 '정상화 편견' 또는 '정상성 편견'이라 부르는데, "나만은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 상황을 즐기는 심리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이상 사태를 잘못 오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는데요. 인간은 누구나 안심하고 살기 위해 어느 정도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 재해를 이상 사태로 받아드리지 않고 정상 범위 내에 있는 작은 해프닝 정도로 여기게 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이와 같은 심리 작용은 일상 생활을 위해 지극히 필요한 현상이기는 하나 재해시에는 위기감을 둔화 시켜 버리는 역기능도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 실험에 의하면, 80명 가량이 들어가 있는 공간에 갑자기 흰 연기를 투입하자 하나 둘 피난을 가는데 연기가 꽉 차도록 미동도 않는 사람이 무려 7%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약간은 자극적인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향이 좋았다" 라든가 "몸에 좋은 연기인줄 알았다" 라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편리한 해석을 했다라는 것입니다. 특히, 옆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옆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도 움직이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공통점도 있어 위험을 자초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있었던 토후쿠(東北) 대지진에서 아주 적절하게 대피를 해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까지 함께 목숨을 구했던 사례가 있어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진이 나면 제일 먼저 도망가는 사람이 되라는 교육을 받아 온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에 있는 한 중학교 학생들은 지진이 나자 교사의 피난 지시가 있기도 전에 사전에 교육 받은 높은 장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이 모습을 본 길거리에 있던 초등학교 학생들도 덩달아 피난 행렬에 동참했고, 연세 있는 분들까지 행렬과 함께해서 목숨을 건진 사례로 이 도시에 거주하는 초·중학생의 생존율이 99.8%였다고 합니다. 희생자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비상시에는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는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한 민첩한 행동이 주위에 있는 사람까지도 구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경각심은 한시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비행기를 탄다든가, 영화관을 간다거나, 바다에 해수욕을 즐기러 가서도 항상 피난로와 고지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같은 사전 확인이 비상시에 자신을 무의식 중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게 하는 동력의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 조차도 때로는 안일한 판단으로 위험을 자초하기도 한다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한신대지진은 1995년 일본 칸사이(고베와 한신지역) 지방에서 일어난 진도 7.2의 강진으로 엄청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자연 재해였습니다.

 

당시에 그곳 방재 계획을 수립했던 한 전문가는 진도 5 정도로 상정해 방재 계획을 세웠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진도 7 이상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쪽 지역은 안전할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이 위험을 키웠다고 후회하며, 자신의 생애에 진도 7 이상이 닥쳐올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그 정도로 나만은 괜찮겠지라는 정상화 편견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재해시에 살아남은 사람은 가장 먼저 도망친 사람이다. 지금 재해가 닥친다면 당신의 피난로는 어디인가? 라는 물음으로 글을 맺고 있습니다.

 

나의 피난로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7년~현재/시 사2010. 6. 19. 01:39

어제 저녁에 서울 · 경기 · 인천 지역에 지진이 일어났었다고 하지요? 진도3 정도라고 하던데요. 저도 아침에 뉴스를 보고서야 지진이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어제 저녁 그때 저는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뭔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에 아마 위층에서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렸는가보다 했습니다. 설마,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나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유비무환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웃 나라 일본은 지진이 아주 일상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진도 생활 속의 일부라고나 할까요?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심심치 않게 지진 속보를 볼 수 있고, 더 직접적이게는 자신이 몸소 체험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그런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진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까 지진에 대한 공포도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빌딩이나 가옥이 좀 흔들리는 것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음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막상 경험해 보면 그 공포감이 장난 아니게 큽니다. 저는 일본에서 생활할 때, 5층 건물에 4층이 제 방이었는데요. 그 흔들림으로 인해 자다가 깬 적도 한 두 번이 아니고, 몸을 가누기 힘듦을 느낀 적도 꽤 여러 번 됩니다.

 

지진이 조금 심하게 올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거나 자리에 주저앉게 되지요. 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진이 많다보니까 이에 대한 대비나 준비도 철저하고, 교육도 잘 되어 있는 나라가 또한 일본입니다. 제가 처음 랭귀지 스쿨에 들어갔을 때도 그곳 선생님들께서 몇 차례에 걸쳐 해 주신 말씀이 바로 '지진 발생 시 대처 요령'이었습니다.

 

「재빨리 가스를 잠그고, 방문 및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그리고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긴다. 지진이 멈추면 넓은 공터로 피신하는데, 만약 강진 등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어느 어느 지역에 있는 어느 공원으로 집결한다」

 

아마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이 가스를 잠그는 일인데 이는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보다도 가스 누출 등에 의한 화재 피해가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1995년에 있었던 한신 · 고베 대지진으로 진도 7.2에 해당하는 강진이었는데다 지진 발생 시간이 마침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각 가정에서 가스를 사용하고 있던 터라 화재로 인한 피해를 엄청나게 키웠습니다.

 

다음으로 방문이나 현관문을 열어 놓는 이유는 자칫 지진으로 인해 문틀에 이상이 생기거나 문 쪽에 물건이 떨어져 문이 열리지 않아 탈출로가 막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고 나서 재빨리 책상 밑으로 숨으면 되는데요. 책상 밑으로 숨는 이유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건이 머리 위에 떨어져 머리 부상을 당할까봐서 그렇게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재빨리 넓은 공터로 뛰어 나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일견 맞는 말씀인 듯싶습니다만, 막상 당해보면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몸을 꼼짝할 수 없기 때문에 뛰어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우선은 흔들림이 진정될 때까지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비상용 슬리퍼 하나 정도는 방안에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고 하는데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건물의 흔들림으로 인해 방바닥에 물건들이 떨어져 깨져 있는 경우 자칫 맨발로 뛰어 나가다가 발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꽂이에 작은 물건을 매달아 놓아 흔들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해 둠으로써 아주 미세한 지진조차도 직접 제 눈으로 확인 가능했구요. 또, 작은 가방 하나에 잘 입지 않는 두꺼운 체육복 한 벌을 넣어 항상 벽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비상시의 행동을 가끔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했지요.

 

큰 지진이 발생하고 잠시라도 진동이 잦아들면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벽에 걸어 둔 가방을 둘러메고 계단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밖으로 뛰쳐나온다는 그림입니다. 언제 대형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을 저는 마련해 두었던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야 그렇게 까지 준비해 둘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내 몸이 흔들린다는 것, 그것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엄청 기분 나쁘며 무서운 그런 일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