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6.19 고이즈미 자민당 압승의 베일을 벗겨보자
  2. 2010.06.18 내부의 적들
  3. 2010.06.18 고이즈미의 내우외환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9. 12:50

고이즈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본 국민들이 우정국 공무원들을 이지메(따돌림)시킨 것에 다름아닐까?

역사에 길이 남을 압승. 오늘자 신문의 1면 머리기사이다. 11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자민당이 3분의2 의석 확보라는 예상외의 압승을 거둔 채 끝이 났다.

선거 전날 있었던 일부 언론들의 여론 조사 결과 역시 자민당의 승리를 예고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까지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비판적인 일부 언론은 자민당의 압승을 예고하는 여타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부적절한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는 부적절한 언론플레이를 했던 그들의 기대조차 훨씬 뛰어넘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나왔다.

이로써 다소 무모한 듯 보였던 고이즈미 총리의 자폭 해산은 멋지게 성공한 셈이 되었다. 임기를 불과 1년여 남겨두었던 고이즈미 총리는 레임덕 걱정 없이 내년 9월까지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어쩌면 임기 연장이란 보너스까지 덤으로 받으며 최장수 총리라는 명예를 거머쥐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패장이 된 제1야당 민주당의 오카다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 후일을 도모해야 할 처지가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어쩌면 그에게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 추급과 당의 정체성 논쟁에 따른 내홍이 깊어지면 이탈 세력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민주당 약세로 이어지면서 자민당 1당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해 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개혁, 그러나 실체가 없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참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여야가 바뀐 듯한 선거 전략이었다. 여당인 자민당은 '개혁을 멈추지 마라'라며 사뭇 도전적인 모습으로 유권자들을 공략해 나가는데 반해, 야당인 민주당은 '일본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다소 수구적인 자세로 어딘가 모르게 나약해 보였다.

결국 일본의 유권자들은 고이즈미의 개혁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과연 고이즈미 개혁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실체는 없고, 구호만 있다가 정답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속칭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내용은 3가지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는 국가 재정의 건전화, 둘째는 북일 관계 정상화, 셋째는 도로공단 민영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 어느것 하나 확실하게 정리된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고이즈미 개혁의 결정판, 네 번째 개혁과제로 우정산업 민영화 문제가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었지만 구체적인 논의들은 생략된 채 였다. 그렇다면 학습에 의해 체험한 바와 같이 우정산업 민영화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는 확실한 고이즈미 1인 퍼포먼스였다. 고이즈미 혼자 싸워서 승리한 선거라는 뜻이다. 선거기간 내내 고이즈미 총리는 입만 열면 우정산업 민영화 문제만을 들먹이며, 국민들과 우정국간 대립각 세우게 만들기에 몰두했다.

"왜 우정국은 민영화하면 안 되는가?" "무엇 때문에 27만 우정국 직원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합니까?" "민주당이 우정 민영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우정국 노조가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기 때문이다"

고이즈미의 이와 같은 전략은 상당히 주효했다. 일본 국민들은 우정국 공무원들 이지메 시키기에 기꺼이 동참해 주었기 때문이다.

자민당 1당 체제의 강화

자민당 단독 절대 안정 의석 확보라는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자민당 압승의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고 해도 역시 민주당이다. 권투시합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챔피언처럼 싸우는 도전자를 보고 있는 심정이었다.

말로만 정권교체를 해야만 한다고 떠들어 댈뿐 유권자들에게 왜 민주당이 정권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슈 선점은 전부 자민당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매스컴의 역할 역시도 컸다. 대다수 거대 매스컴은 자민당의 2중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고이즈미 총리 가두 연설 현장 화면은 항상 엄청난 인파가 붐비고 박수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뜨거운 열기가 저절로 느껴진다.

반면 오카다 민주당 대표는 클로즈업된다. 열변을 토해내는 주체만 있을 뿐이지 들어주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화면만 봐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또한 이들 거대 매스컴들이 양산해 낸 여론조사 결과 역시 문제가 많다고 몇몇 언론이 이의를 제기했던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의 부재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앞서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구호는 자민당이, 정책은 민주당이 우세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검증해서 알려주고 국민과 국민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파이프라인으로써의 시민단체가 부재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귀로 들리고 눈에 보이는 퍼포먼스성 이벤트에 솔깃해서 소중한 주권을 소중하게 행사하지 못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사실 이번 선거의 공약만을 놓고 본다면 자민당보다는 민주당안이 내용적으로 더 충실하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기울었다. 하지만 역시 국민들은 단순했다. 복잡하고 머리 아프게 책자로 호소한 민주당을 버리고, 단 한 마디로 '개혁'이라고 외친 고이즈미 자민당을 선택했다.

국민들이 선택하고자 했던 것은 개혁이었으나 아쉽게도 그것은 개혁이란 이름의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역시 민중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것에 믿음을 준다는 속설을 여실히 증명해서 보여준 선거이기도 했다.

그로 인한 결과다. 늘어나는 세금 부담에 허리깨나 휘청일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따른 사회복지 정책의 축소로 황금 벤치 위를 기웃거리는 배고픈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헌법이 개정되고, 유사법이 발동된 채 은행의 금고 속에 고이 모셔져 있는 국민들의 돈이 국가 재정으로 전용되는 그 황당한 경험을 1946년에 이어 또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주변국인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고이즈미와 대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총체적 외교 난국 타개를 위해서 부시 따라 하기를 자재하고,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맘에 걸리는 것은 지나치리 만큼 과하게 나온 자민당의 압승이라는 선거 결과가 자칫 선거전에 만들어진 고이즈미 진영의 향후 시나리오를 '과거 향하여'로 수정시키는 변심 요인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9:59

'노무현 정권이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대일(對日) 강경론을 포기하지 않을 것',  '지지율 저조에 허덕이는 노무현 정권은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반일 강경정책을 남은 임기 중에도 계속할 것'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대일정책 내부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라며 우리 언론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새로운 내용입니까? 아니, 이런 얘기 처음 들어보셨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들 호들갑을 떨고 그러십니까?
 
이번 문건이 정말로 새삼스럽다 하는 언론 관계 종사자가 계시다면, 특히 일본 주재 특파원이라면 차라리 짐 싸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조금만 관심있게 일본 텔레비전 뉴스에 귀를 기울이거나 신문 정치면을 뒤적이는 수고만 하더라도 1년에 대 여섯번은 족히 볼 수 있음직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언젠가 고이즈미 총리도 기자들과의 묻고 답하기에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이야기 했었지요.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론, 특히 셔틀외교를 포함한 정상외교가 틀어진 문제와 관련한 답변에서 "그것은 한국 내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이게 뭘 말하는 것일까요?
 
또 일본 외무성 출신의 모 국회의원 역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러더군요.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국민 감정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게다가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들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앞서 예로 든 두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요? 하나 빠져 있다면 중국의 영향력 때문(중국 눈치보기)이라는 분석 정도가 되겠지요. 결국 일본 정부 및 정치권, 언론의 대체적인 인식은 이상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이 모든 문제들에 있어 일본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한국 정부가 한국 내부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일본에게 트집을 잡고 있다라는 투 일색이었지요.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구요.
 
그런데 누차 있어 왔던 이런 잘못된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 한번 제대로 했던 한국 언론 있었습니까? 따끔하게 한 수 가르쳐준 언론 관계 종사자분 계셨습니까? 비싼 월급 받아가면서 다들 일본 신문 번역하기에 바빴지요. 부끄럽게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왜들 이러십니까?
 
그리고 일본 정부나 정치권, 언론 등이 저처럼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뭔가 분석할 자료를 갖고서 저런 보고서를 만들어 냈을 것 아닙니까?
 
저는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그건 바로 한국 언론들이 써 갈겨 놓은 무책임한 기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삼류 찌라시들이 토해내는 정부를 향한 악담이 꺼꾸로 부메랑이 되어 다시 한국 정부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예, 바로 매국 행위지요.
 
어디든 일본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그들과 토론 한번 해 보세요. 한국을 욕하고 폄훼하는 수구 꼴통 일본인들이 근거가 되는 자료라고 들고 오는 것들 보면, 죄다 조중동이 토해 놓은 배설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을 퍼오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길 합니다. "너네 나라 최대 신문에서도 그렇다고 하는데 너는 왜 아니라고 하냐?" 그러면서 도리어 큰 소리를 치곤 하는 것을 경험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 말이 딱 맞습니다. 지들이 하면 정론이고, 일본이 하면 망발이지요. 그리고 이런류의 신문들이 일본쪽의 망발에는 더 날뛰고 난리 블루스를 칩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나 어쩐다나요, 우리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 당했다나 어쨌다나요. 웃기지도 않습니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가 되면 신의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일본 외무성의 보고 자료입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잘 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이제 더 이상은 이런 찌라시들의 난리 블루스에 장단 맞춰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처럼 신문 기사가 나오면 코멘트를 하고, 또 그것은 더 크게 부풀려지고 말이지요. 그렇게 이용 당하는 측면도 있음이 사실 아닌가 싶습니다.
 
큰 틀에서의 대일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자칫 사사로운 것에 일일이 토 달고 끼어들다보면 그 틀이 흔들리면서 지금처럼 일본에 계속 끌려 다닐 수 밖에 없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가 수세적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는 찌라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부의 적은 국가 외교까지도 망칩니다.
 
이제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일본 정부의 행위에 분노하고 항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차라리 우리가 좀 더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참에 아예 대일외교의 중심을 한반도에서 일본의 심장부로 옮겼으면 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것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사실 한일관계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거의 일본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고, 좋았다 나빴다 하고, 마치 한 여름날의 여우비와도 같았잖아요. 60년을 변함없이, 너무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그 칼자루를 쥐고 요리를 한번 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대일관 역시 지나치게 막연했던 게 사실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말이지요. 새로운 한·일관계, 동반자적 입장으로서의 한·일관계, 파트너쉽으로서의 한·일관계, 한·일 우정의 해, 등 등이 있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쉽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 아닌가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건데? 라든가, 그걸 왜 해야 하는건데? 또는 지금까지는 그것 없이도 잘 살아 왔잖아?…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자고 했던 것이 참여정부가 내 놓은  '동북아 중심국가론, 동북아 균형자론' 이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입니다. 우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기다리고만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과거사도, 야스쿠니도, 독도도, 해결의 열쇠를 우리의 손 안에 놓고 요리해 보자는 것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9:52

요즘 일본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한국 관련 소식들이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독도문제, 납치피해자 문제가 요 몇일 쉬지 않고 계속 보도 되었는데요. 오늘은 노무현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또 주요뉴스로 올라와 있습니다.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에 관해 일본 언론들도 상당히 자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담화 내용의 요지까지 발췌해서 전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언론들의 보도 내용은 비슷합니다.
 
아사히신문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에서 독도문제를 역사와 연관시켜 강하게 비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구요. 요미우리신문은 '독도문제, 강경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 노무현 대통령 특별담화'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찌신문도 비슷한데요. '노무현 대통령, 독도 도발에 단호히 대응'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때마다 일본 정부나 일본 정치권의 반응은 언제나 똑 같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요. '냉정하게 대응한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똑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직후에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일우호를 대전제로 해서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대응하자.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구요. 한일 양국 수뇌간에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기 때문에 수뇌회담을 해야 한다. 언제라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일본정부 대변인격인 아베 관방장관은 '우선은 담화 내용을 상세히 읽어보고 분석해 봐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공식적인, 겉으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반응이구요. 이외에 비공식적으로 익명 처리된 정부고위 관계자의 발언들이 있는데요. 바로 이게 이들의 진심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여론 조성용이라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한국 정부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뭐, 같은 말이지요.
 
지난번에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대일정책 내부보고서'가 문제가 됐던 것도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에 정부 고위관계자, 또는 외무성 간부로 익명 처리된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도 바로 '국내여론 조성용'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분석하는 이 사람들도 문제입니다만, 이렇게 분석할만한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는 우리 국내 일부 언론 및 정치 세력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들이 무엇을 근거로 한국의 대일 강경정책을 국내여론 조성용으로 분석했겠느냐라는 문제를 우리는 바로 볼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의 일부 수구보수 언론과 정치 · 지식인들의 주장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짜깁기 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 · 친일청산이 필요한 이유를 여기서 또 한번 뼈져리게 느낍니다.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우리가 우리의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제대로 해야 비로소 '외교 바로 세우기'도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를 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이밍의 절묘함이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최고로 적절한 시기에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칫하면 고이즈미 정권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게 생겼습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제 레임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23일 치뤄진 치바 보궐선거에서 오자와 민주당 체제에 패배했다는 사실은 고이즈미 자민당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입니다. 머지 않아 책임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주변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반대파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 지겠지요.
 
아마 자민당 내 의원들 중에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 많을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굳이 오자와라고 해서 거부할 이유가 없거든요. 의원 뱃지만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오자와면 어떻고, 고이즈미면 어떻겠습니까? 다들 비슷한 인물들인데요.
 
어찌 되었든 우리입장에서는 최적의 시기에 최선의 공격 포인트를 찾은 겁니다. 바람이 있다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좀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흔들어 놓아야지요. 그리고 말이 통할만한 사람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야지요. 새로운 한일관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