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찡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6.21 미혹을 경계해야
  2. 2011.10.18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3. 2010.06.18 어제 그 친구들은 돈 좀 땄을라나?
2007년~현재/일 상2012. 6. 21. 20:36

오늘 신문을 보니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체류하다가 강제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 하게 된 한 젊은 여인의 안타까운 기사가 남의 일 같지 않게 제 마음을 울리더군요.

 

세상 어디서나 산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길지 않은 인생 살아 온 뒤안길을 가만히 되돌려 보면, 무언가로부터의 유혹에서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또한 실패의 이면에는 미혹에 눈이 멀었던 자신이 있었음도 알게 되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 생활하건 자신을 어떤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일본 유학을 한 번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일일이 다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 여기서는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일본유학의 3대 유혹' 정도로 정리해서 서술해 볼까 합니다.

 

여유있는 가정에서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분들이야 예외겠지만, 없는 형편에 의지 하나 믿고 떠난 유학길이라면 그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된 삶의 연속입니다.

 

그럴 때, 슬며시 파고드는 유혹 1순위가 '돈벌이'라는 녀석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꽤나 높은 편입니다. 거의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요즘은 일본 경기도 많이 좋지 않은 편이라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일본유학을 경험한 분들 중에는 제법 돈 좀 만졌던 분들 꽤 되실 겁니다.

 

여담으로 현재 도쿄 신주쿠 근처에 위치해 있는 코리아타운(신오쿠보)에 자리잡고 있는 성공한 재일코리안 – 일본 교포사회에서는 이들을 뉴커머라고 부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와 구별하기 위한 용어로 보면 됨 – 들의 대다수가 그때 일본유학을 와서 자수성가한 분들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당시에 가장 소득이 높았던 직종이 빠찡코 알바와 성풍속 업속의 점장(덴초우) 자리였습니다. 한달에 최소 20~40만엔 정도의 수입은 능히 가능했다고 하니까요 당시 우리나라 기업체의 임금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로 많이 벌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부 그만두고 돈이나 벌어갈까라는 유혹에 빠지는 학생들도 꽤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실패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 실패의 원인은 바로 두 번째 유혹과 세 번째 유혹에 기인합니다. 돈벌이라는 유혹에 빠졌던 유학생들이 결국은 학위와 돈 둘 다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원흉과도 같은 유혹은?

 

이국생활에 적응도 되고 어느 정도 살만해 졌을 때, 두 번째로 고개를 들고 다가오는 녀석이 '이성'이라는 유혹입니다. 외국생활이라는 것 너나 할 것 없이 외롭고 그렇잖아요? 그럴 때 의지하고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서 두 집 살림이 한 집 살림이 되고, 씀씀이는 커집니다. 반면, 같이 놀고 즐기느라 알바에 소홀하면서 일 자리를 자주 옮기곤 하니 자연히 재정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상호 트러블도 많아지고, 끝내는 그런 생활의 연속으로 마감을 하고 마는 것이지요.

 

세 번째 유혹, 역시 빠질 수 없는 게 '도박'입니다. 특히나 빠찡코에 열심히 돈 갖다 들이붓느라고 힘들여 알바해서 번 돈 다 탕진한 채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서는 겁니다. 아주 나락으로까지 떨어져 보지 않고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도박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유혹들에 휘둘리며 살다 보면 경제적인 악순환을 반복하는 삶이 일상이 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유학생활이라고 하는 게,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학비를 포함한 주거비용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여기서 헤어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학업 역시 나에게 무한히 주어진 시간은 아니잖습니까? 나에게 주어진 기간 안에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중간에 도태되어 짐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지막으로 학업도 포기한 채 불법체류라는 유혹에 넘어가고 마는 겁니다.

 

이때가 되면 대부분이 자포자기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귀국을 하자니 부모님을 비롯한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계속해서 일본에 체류하고 싶기는 하나 비자 받을 방법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극단의 선택을 하고 마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인생사, 열심히 사는 것보다 그릇된 미혹에 빠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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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7년~현재/일 상2011. 10. 18. 17:11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 - 우리 세대는 100세까지 산다고 하니 이제 막 인생 반환점이 저 만치에 보이는 거의 절반만큼 - 살아온 날들을 이렇게 뒤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이여" 라시던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새삼 옳았음을 깨닫게 된다.

 

어제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일본유학을 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귀국한 한 젊은 친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더해 지난 4월인가에 발생한 대지진의 영향으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귀국한 터였다.

 

사실, 외국 유학생활이 결코 쉽지마는 않다. 집안이 엄청 좋아서 한 달에 최소 200~300만원씩 송금 받아 쓴다면야 재미있는 유학생활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바를 해가며 생활하고 있으니 그 생활이 마냥 재미있다고만 하기는 좀 그런 점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힘든 생활이 평생 해야 하는 본인의 직업으로써의 일이 아니라 공부가 끝나는 시점까지만 하면 되는, 공부가 끝난 이후에는 새로운 기회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즉, 자신을 한 단계 레벨 업 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어떤 알바든 못할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모험하기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어제 그 청년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과감하게 부딪혀보면 다 길이 있는데 말이다. 참 아쉽게 생각한다.

 

나 역시 한 7년 일본 유학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의 유학비용을 현지 알바로 해결을 했다. 물론, 쉽지마는 않았다. 그렇게 생활을 하다 보니 등록금 내는 때가 제일 곤혹스러웠다. 어떻게 눈먼 장학금이든 뭐든 하나 걸려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오죽했으면 사립대학보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학으로 재입학을 할까라는 생각까지도 했겠는가.

 

다행히도 유학생에게 주어지는 수업료 감면제도(모든 유학생들에게 수업료의 30%를 일본 정부가 균등 지원해 주던 제도였으나 현재는 10%, 20%, 30%, 혜택없음으로 차등 지원) 덕분에 처음 한 두 학기는 어떻게 잘 넘어 갔지만, 석사 2년차가 되었을 때부터 등록금 납부 때가 항상 말썽이었다. 거의 학기마다 20만엔 정도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알바하는 곳 사장님께 부탁을 해서 그 금액만큼 가불을 받고, 월급에서 반 정도씩 까나가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학기엔가는 눈먼 싼 장학금이 하나 걸려 주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어 부채를 없애주곤 하는 식으로 버텼다.

 

그런데 박사과정 공부가 거의 끝나 갈 때쯤, 그때도 역시 한 20만엔 정도가 부족해 미납 상태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는 알바 시간도 적게 하고 있었을 때라 예전처럼 빌리기도 좀 그런 때였다. 빌린다 한들 갚을 방법이 없잖은가? 겨우 생활비 벌 정도만 알바를 했으니 말이다.

 

당시, 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느 가게에서 알바를 했다. 청소도 하고 가끔은 카운터를 보기도 하는 그런 허드레 알바였다.

 

물론, 그곳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직원 역시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잘 알다시피 일본에는 빠찡고 · 경마 · 경정과 같은 도박성 오락산업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 그 가게에 단골로 오는 분들 중에도 빠찡고와 경마에 빠져 사는 분들도 많았고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빠찡고는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지만, 재미 삼아 경마는 가끔씩 하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경마장엘 가거나 하지는 않고, 가게에 오시는 손님에게 부탁하는 식으로 해서 1년에 대 여섯번씩 열리는 대형 경주를 즐겼다. 그런 큰 경주가 열릴 때면 가게는 온통 경마 얘기로 시끌시끌했다.

 

물론, 나는 한 번 할 때마다 천엔 이상을 하지는 않았다. 절대로. 천엔 정도는 즐기는 것이지만, 그 이상은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천엔을 걸되, 200엔 씩 다섯 구좌를 사는 그런 식이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렇게 몇 백엔 씩 걸고 즐겼다.

 

아마도 쿄토에서 열렸던 키쿠카쇼(菊花賞) 대회로 기억을 하는데, 이 대회도 일본에서 알아주는 굉장히 큰 경주다. 매 레이스를 예측할 때는 날씨와 말 상태, 기수의 지명도 등을 종합적으로 입력하여 판단을 내린다.

 

참 운이 좋았던 게, 나는 아마추어다 보니 다른 것은 다 무시하고 그날 예상되는 날씨 상태에 가장 우수한 실력을 냈던 말에 승부를 거는 방식을 택하는데, 경주가 열리는 날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비 오는 날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던 말을 찾아 그 녀석에게 걸었다. 그날 나의 선택을 받은 말은 별로 우승 경험도 없는 전혀 주목 받지 못하는 그런 녀석이었다.

 

아뿔싸. 그런데 그 녀석이 일을 냈다. 1등, 2등, 3등을 내가 모두 맞췄는데 1등과 2등 말은 무명의 말이었고 3등을 한 말이 그날의 우승 후보였다. 이 정도면 대박이다. 200엔을 걸어 27만엔을 받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같이 일하는 일본인 아주머니는 내 것을 그대로 베껴서 500엔씩을 걸었다가 70만엔 가까이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자기 평생 최고의 대박이었단다.

 

행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으로 이어서 온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 다음주 주말에 열린 경기가 천황배(天皇賞)로 기억이 되는데, 역시 일본 최고의 경마 대회다. 그 경기에서도 내 예측이 맞아주어 14만엔 정도를 획득했다. 물론, 또 다시 내 것 그대로 베낀 그 아주머니는 나 보다 따따블로 수익을 거두었고 말이다.

 

아주 난리가 났었다. 하루 아침에 나는 경마 전문가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역시 명문 대학에서 박사 공부하는 사람은 틀리다는 말을 듣기 싫도록 들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더 이상의 행운은 오지 않았고 나의 경마 오락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래도 생각치도 않았던 그런 행운이 찾아와 주어 부족했던 등록금 무사히 납부할 수 있었으며, 귀국시까지 얼마간 쓸 용돈까지도 마련되어 한시름 덜 수가 있었다. 그런 행운이 바로 그때 나에게 찾아와 준 것, 나는 하늘이 준 선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세상은 힘 내어 살아 볼만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하늘이시여!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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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20:19

제가 살고 있는 집을 기준으로 반경 50M 이내에 대형 빠찡코점이 4개나 있습니다. 꽤 많다고 할 수 있지요. 뭐, 아무래도 전철역과 가깝기 때문이겠지만 전철역을 상권으로 하고 있는 지역 특성을 감안한다면 또 그렇게 많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일본의 빠찡코 산업은 그야말로 과장 좀 보태서 한집 건너 하나 꼴입니다.
 
어제는 저녁 늦게 자정쯤에, 잠도 안 오고 해서 캔맥주나 하나 마시고 잘까 하고 편의점을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이게 버릇이 됐습니다.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데 두 명의 젊은이가 빠찡코점 셔터 앞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도 꽤나 춥다고 하던데요. 일본(도쿄)도 요 몇일 바람이 장난이 아니게 거셉니다. 자연히 기온도 많이 내려가 쌀쌀한 날씨입니다.
 
그 추운 날씨에 한명은 담요를 둘둘 말고, 또 한명은 파카 차림으로 그렇게 누워 있더군요. 대단한 청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제까지 본 중에 가장 이른 줄서기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침 6~7시에 100여명씩 줄서기 하고 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만, 빠찡코점이 밤 11시에 영업을 끝냈을 테니까 영업을 마치자마자 그 앞에 죽치고 있는 줄서기를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빠찡코에 푹 빠져 사는 청춘들이거나 아니면 어제 좀 과하게 잃었거나 뭐 둘 중에 하나겠지요. 아, 빠찡코점 앞에서 줄서기를 하는 이유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전날 돈을 많이 넣었지만 터지지 않은 기계를 잘 보아두었다가 남들보다 먼저 차지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리고 또 대개 입구쪽 기계가 터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야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잔뜩 쌓아 놓은 구슬 박스를 보고 의욕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인데 바로 그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일본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것은 따라하지 않아도 좋겠다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빠찡코 산업입니다. 우리 정부가 절대로 허가해주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우리 언론에도 가끔 가십성 기사로 오르내리곤 하지요. 엄마가 어린애를 자동차에 혼자 남겨두고 빠찡코에 간 사이 아이가 질식사했다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이런 것은 아주 특이한 사례라고 보여지구요.
 
문제는 일반 국민들에게 폭 넓게 퍼져 있는 빠찡코 중독증세 아닌가 싶습니다. 재미삼아 하는데 어떻겠느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알고 있는 분들 중에 정말 오락 정도로 빠찡코를 하는 분들은 거의 보지를 못했습니다.
 
한번 재미 붙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져 버리더군요. 심한 경우에는 애 분유 값은 못 줘도 다음날 빠징코할 돈은 양말 속에 꼬불쳐 놨었다는 사람도 봤습니다. 한 마디로 가정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온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빠찡코를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하루 빵 값을 기계 속에 쳐 넣고 정작 자신들은  배를 곯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배고픔의 악순환이지요.
 
물론, 그 속에서라도 희망을 찾고 싶어하는 그 심정 이해 못할 바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그리고 제 주변에도 일본으로 돈 벌러 온 한국분들 많이 계시는데요. 뭐 요즘은 돈벌이가 예전만 못해서 다들 힘들어 하시지만 그래도 열심히들 살고 계십니다. 한참 경기가 좋을 때는 아르바이트만 해도 한달에 40~50만엔 버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고들 했는데, 그래서 그때 유학했던 가난한 유학생들은 돈을 벌 것이냐? 공부를 할 것이냐?로 고민깨나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림없는 이야기지요.
 
그렇게 일본에서 돈을 벌고 계시는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버는 족족 한국으로 송금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주로 연세 좀 있으신 분들이 그렇게 사시는데요. 눈물 나는 것은 그렇게 힘들게 벌어서 전액 송금하시는 이유가 한국에 있는 자식들을 위해서 랍니다. 게다가 자식을 위해 그렇게 고생 고생하시면서도 열이면 열, 입만 열면 자식 자랑으로 침이 마릅니다. 저도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참 많이 반성합니다.
 
하지만 역시 많은 분들이 벌어 놓은 것 하나 없이 그렇게들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벌어 놓은 것 하나 없고, 일본에 계속 있자니 돈 벌이가 시원치 않고 그래서 고민하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한 때, 돈 잘 벌지 못했던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예전에는 돈 깨나 벌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요. 하루 15~16시간씩 일 하고, 개중에는 이 악물고 하루에 두 군데서 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헌데, 그 돈은 다 어디 갔냐구요?
 
빠찡코와 술, 여자 또는 남자. 다 외로움이란 단어 뒤에 따라 붙음직한 것들이지요. 그 중에서 으뜸은 빠찡코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 심리란게 참 묘하지요. 도박으로 잃은 것은 잘 생각 안 나고, 딴 것은 꽁돈인 듯 싶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가끔 이런 경우도 있지요. 친한 선후배 또는 친구가 술 한잔 하러 가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자신이 쏘겠다는 거지요. 왜냐구요? 빠찡코에서 돈 좀 땄으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는 어제도 그제도 계속 잃었거든요. 모처럼 한번 따 놓고는 마치 그 돈이 꽁돈인 듯 생각하고 팍팍 쓰는 거지요.
 
그렇게 잃어서 마이너스가 되고, 따도 남는 것이 없게 되니까 빵찡코에는 결코 플러스가 없습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