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상임이사국'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6.19 일본 중의원 선거 분석
  2. 2010.06.18 과거사를 보는 한·일의 시각차
  3. 2010.06.18 과격 반일시위 즐기는 일본 우익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9. 12:54

1. 내일 열리는 총선의 최대 쟁점은 아무래도 우정 민영화 법안일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물론, 겉으로 드러나 있는 쟁점은 우정산업 민영화 문제이지만 좀 더 깊게 본다면 약 3가지 측면에서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를 설명할 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역시 앞서 거론했던 우정 민영화로 대변되는 고이즈미 개혁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있다. 두번째는 고이즈미식 외교 및 정치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에 의한 선거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고이즈미식 외교는 실패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실패, 주변국과의 갈등 심화, 북일 관계의 악화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외교 난국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외교 노선에 변화를 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를 의회 해산과 총선거라는 방법으로 실현시키고자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는 자민당내 반대파 제거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1인 독재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이렇듯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2. 사안에 따라 자민당과 민주당은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가?
 
글쎄, 사실 정책적으로 본다면 자민당과 민주당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제1 야당인 민주당 구성원들의 출신성분을 보면 차이가 없음이 당연함을 이해하게 된다. 민주당은 과거의 사회당 출신들과 자민당에서 뛰쳐나온 사람들간의 연합에 의해서 탄생한 정당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또한 현재 민주당내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 거의가 과거 자민당 출신들이다.
그러니까 자연히 연금 문제라든가 헌법 개정문제, 다 별 차이 없이 비슷한 색깔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 차이를 찾아내라고 한다면 자민당은 역시 우정민영화 문제를 최대 쟁점으로 삼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연금개혁과 세금인상 반대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 정도이다.

이렇게 여당과 야당간의 특별한 정책적 차이가 없다 보니까 이번 선거에서는 외교문제나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이 안되고 있는 그런 아쉬움이 있다.
 
3. 선거 결과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의 운명이 결정될 텐데, 전망은?
 
의회 해산 직후만 하더라도 물론, 언론에 따라 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이즈미 자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자민당 의석수가 무려 100석 이상이나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고이즈미 자민당이 계속 이슈를 선점하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 일례가 자객 공천이라고 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볼 때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선거를 위해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던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늘 나온 신문의 여론조사를 보면 거의 자민당 압승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자민당 단독 과반수 돌파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공동 여당인 공명당과 합하면 절대 안정 다수인 총 480석 중에 무려300석 가까이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도 한다.

그리고 자민당 내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총리 연장론도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인데, 이것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자민당 절대 우세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대문짝만하게 싣고 있는 언론을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아무튼 현재 언론의 분석은 그렇다.
 
4. 자민당의 오랜 지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글쎄다. 오매불망, 자민당을 향한 일본 국민들의 편애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다.

프로야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정치·정당은 자민당 이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대세에 순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민당의 1당 체제는 더욱 공고하게 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현재 일본 정계가 자민당과 민주당 양당 체제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물론 또 다른 야당인 사민당이나 공산당도 있지만 이들은 근년 들어 세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어서 존폐의 위기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은 자민당과 민주당만 남게 되는데, 이 두 당의 색깔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굳이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5. 투표율은 어떻게 될까?
 
투표율의 행방도 관심사항 중에 하나다. 지난번 중의원 선거 투표율이 59.86%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보다는 다소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60% 전반이 아닐까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과 민주당, 양당 대결 구도가 뚜렷하고, 우정 민영화와 연금개혁이라는 자민·민주 양당의 선거 쟁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7:41

한국에서는 한일협정 문서 공개로 인해 군사독재 정권의 주먹구구식 대응과 피해자 보상 문제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 고등법원에서는 일제시대 미쯔비시 중공업 징용 노동자 40명이 제기한 강제 징용 원폭피해자 배상 소송에 원고 일부 승리 판결이 나왔다.

원고들이 제기했던 '지급하지 않은 임금과 원폭 피해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요구에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원고측 일부 주장에 한해서만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에 히로시마 고등법원이 내놓은 판결문에 의하면 ‘국외로 출국함으로 해서 원폭2법 등 관련법에 따른 수당 수급권을 박탈한 옛 후생성 국장 통달(업무지침) 402호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법률상 근거가 있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조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며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실을 놓고 한국에서는 태평양 전쟁 한국인 피해자들이 재판에서 처음으로 승소를 했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맞는 말이다. 지금껏 일본 고등법원은 태평양 전쟁 당시의 강제연행, 강제노동, 해외거주 피폭자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번도 국가에 배상 명령을 내린 적이 없었다.

단지 강제노동을 강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배상명령을 딱 한번 내린 적이 있는데. 작년 7월에 니시마쯔(西松) 건설회사를 상대로 중국인 원고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측 승소 판결을 내렸던 것이 그것이다. 이번과 같은 히로시마 고등법원의 판결로 기업의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대한 위법성 지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듯 전례 없는 판결이 앞으로의 다른 피해자들의 항소심에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라며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작년에 위안부 할머니들이 패소한 경험이 있고, 강제징역 노동자 피해 소송에서 줄줄이 패한 기억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항소심에 어떤 영양을 미칠지 주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이번 판결내용이 썩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강제연행 등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 없음으로, 미쯔비시 중공업에 대해서는 배상시효가 만료됐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들이 과거사 관련 피해배상 소송의 벽으로 만들어 놓은 과거의 사건이라는 '시간'의 문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우리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 판결의 핵심은 우리가 원했던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아니라 일본 행정관청의 업무지침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다분히 국내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앞서 판결문에서도 살펴봤듯이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옛 후생성 국장의 업무지침이 ‘국적에 관계없이 피폭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인도적인 법 정신·법 적용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 하다고 판결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거사와 관련된 일본 행정 관청의 판단에는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1945년 8월 15일, 이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전후(戰後)와 전전(戰前)으로 나누어 과거사를 판단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전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간혹 이번과 같이 긍정적인 판결을 내놓기도 하는데, 주가 되는 것이 일본정부나 일본기업의 공권력 및 안전의무 태만에 대한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강제 징용 노동자들이 전쟁 종결 후 자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 했는지의 여부 등이 그것이다.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번 판결 역시 1974년 즉, 전후 일본관청의 업무지침과 관련된 시시비비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전 또는 전쟁 중에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강제연행, 강제노동, 위안부 문제, 전쟁 책임자 처벌 문제 등 단 한건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번 판결이 주는 교훈, 앞으로의 항소심과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것이 과거사와 관련한 우리의 딜레마이다. 이렇듯 이들의 과거사 분리대응 사실을 알면서도 승소를 위한 전략만을 세울 수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단순하게 승소와 배상만이 우리의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면 전후의 사실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대응하면 되겠지만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 또 그에 따른 적절한 사죄와 보상을 바라는 우리로서는 결코 전전 상황을 따지고 들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한일협정 문서 공개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재협상 및 추가 배상 문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거기에 더해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정부 역시도 맞대응책으로 추가 문서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 참여정부 입장에서는 전혀 부담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내의 과거 청산 요구에 기름을 부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추후 상정해 볼 수 있는 한일협정과 관련된 피해배상 문제의 방법론 역시 앞서 거론했던 관점에서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포괄적인 과거사 피해배상 형식으로 접근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지며, 오히려 이들의 무관심과 시간 벌기 전략에 따른 국내 내부 분란 등으로 우리가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차라리 일본의 분리대응 전략에 맞춰 일본정부를 설득하고 추가협상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지혜를 빌려보면 어떨까 싶다. 즉, 포괄적 의미로서의 과거사 관련 협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1965년 한일협정에 초점을 맞춰서 당시의 분위기와 부당성, 제 3국의 간섭에 의한 영향 등을 조목조목 주장하고 주변국과 외교적 협조를 통한 전략적인 대응을 해 나간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비록 법적책임이 소멸되었다고는 해도 도의적 책임까지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과거사를 매개로 한 국가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복병 아닌 복병의 출현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일관계,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6:07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일 항의 시위가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일본언론에서야 반일시위라며 떠들고 있지만, 그것을 반일(反日)이라고 보기 보다는 항일(抗日)이라는 표현이 더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일본쪽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닌 듯 싶다.

비록 유리창 몇 개 파손된 것이라고는 하나 일본 영사관이 타격을 당하는데, 중국 공안들은 팔짱을 끼고 구경만하고 있었다는 게 일본 언론과 정부의 불만인 듯 하다. 즉, 중국 당국이 항의 시위를 묵인 내지는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로 읽힌다.

이는 다시 말해서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에서의 이번 항의 시위를 중국 시위대와 일본 정부간의 충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국가간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감상이다.

그래서 폭력으로 치닫고 있는 다소 과격한(?) 형태의 시위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칫 진실이 진실일 수 있도록 하자는 주변국 주장의 정당성이 일본에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고, 심지어는 이를 악용코자 하는 불순한 세력도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요 몇일 일본언론의 헤드라인은 거의가 주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항의 시위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그 시위 양상이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메인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할 것이다.

오늘 텔레비전 각 방송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뉴스 역시 반일시위와 관련된 것들이다. 돌이 날고, 오물이 투척 되고, 진압경찰과의 충돌 장면이 묘한 음악과 함께 사뭇 긴장감을 더하게 한다.

왜 지금 일본에서?

한때 한국에서 땡전 뉴스가 횡횡하던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보아오던 영상과 닮아있다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별반 새로울 게 없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의아스러운 점은 그런데 왜 지금 일본에서 20년 전 대한민국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가 이다.

이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일본 정부의 성격을 제대로 분석해 봐야만 한다. 특히 코이즈미(小泉) 내각의 제1의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보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4년 전 코이즈미 총리는 정부 수반이 되면서 2가지를 약속했다.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와 헌법개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이는 외교적 유·불리에 의해 언제든 불참으로 변경 가능한 사안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헌법개정과 관련한 문제는 보다 심각한 초당적·거국적 사안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이 헌법개정 문제는 비단 코이즈미 내각의 제1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자민당 50년 역사의 숙원 사업이자 일본 우익세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코이즈미 총리는 내각 결성을 명 받는 순간부터 - 아니 어쩌면 헌법개정을 전제 조건으로 총리직을 움켜 쥐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 개헌을 위한 준비 작업을 철저하게 진행시켜 왔고, 드디어 그 결실의 순간을 맞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개헌 분위기는 아주 만개해 있는 상황이다. 사민당의 몰락과 구자민당 이탈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제1야당 민주당의 급격한 부상이 개헌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국민 투표라 할 것이다. 아무리 정치권의 분위기가 좋다고 해도 개헌의 최종 단계인 국민투표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오래 전부터 대국민 개헌 분위기 만들기에 코이즈미 내각을 비롯한 정치권과 보수우익 세력은 총궐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이즈미 내각은 주변국과의 의도적인 갈등 조장으로, 정치권은 개헌론의 공론화로, 보수우익 세력은 역사 왜곡으로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목표 실현에 성큼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코이즈미 정권의 성격

사실 이번 중국에서의 항의 시위의 배경으로는 일본에 의한 역사왜곡이나 야스쿠니 신사 문제 등 여러가지를 들 수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 아니었나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 강경 발언으로 들썩이던 중국 여론에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어 가던 일본 유엔 상임이사국 반대 서명 운동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지 싶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사실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는 헌법개정 문제보다는 하위의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코이즈미 내각은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내각 구성시부터 개헌을 목표로 태어난 정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나 북일수교 문제, 러시아로부터의 북방영토 반환 문제 등은 아마도 코이즈미 총리의 개인적인 욕심에 의한 사적 추진 사업이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이 세가지 문제들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것이나 그것을 내각의 운명을 걸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사전 작업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들 세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툭 툭 불거지기 시작해서 별다른 성과 없이 질질 시간만 끌고 있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슈화 되는 시점 역시 정치적 격변기 내지는 대중적 지지도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코이즈미 총리는 취임초기 80%대를 넘나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다가 이후 40%대로 곤두박질 치면서 상당한 위기 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것을 만회할 수 있는 특별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개헌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 불가능한 사항인데 떨어지는 지지도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궁리해 낸 것이 외교적 업적을 통한 지지도 만회라는 우회 정책이었고, 이는 코이즈미 개인의 명예욕과 맞물려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평양으로 달려갔던 것이고, 북방영토도 시찰을 했고, 유엔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겠다고 큰소리도 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이나 사회개혁, 정치개혁 등 일본 국내 문제의 해결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 내지는 이탈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코이즈미 내각의 과제는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코이즈미 총리는 코이즈미 개혁을 줄창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퍼포먼스 이상이 될 수 없음은 코이즈미 개헌 내각이 안고있는 풀 수 없는 숙명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헌법 개정을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게 되고, 과거와 같이 전쟁이 가능한 보통의 일반국가가 되는 것. 그것이 내년 상반기까지 예정되어 있는 코이즈미 내각의 과제이며, 이 과제를 완수하고 코이즈미는 물러날 것이다. 그래서 올 해가 더 없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올 해 안에 개헌안이 완성이 되고 내년에는 국민투표를 통한 최종적인 개헌으로 달려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슬슬 회자되기 시작하는 국민투표법안을 통한 미디어 통제설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개헌은 주변국에 대한 약속 파기다

이제 우리 정부도 보다 더 강력하게 일본의 개헌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헌법 개정 문제를 우리가 거론하고 나서는 것은 자칫 내정 간섭 시비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에게도 일본 헌법을 지켜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일본 헌법이 평화헌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와 같이 과거에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엄청난 희생을 당했던 주변국들의 뼈아픈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픔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주변국에 대한 약속으로 일본은 평화헌법을 만들었고, 5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일본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우리의 논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안보불안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이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다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일본 헌법을 개정하고 군대 보유를 인정하는 대신 일본에 미군이 아닌 연합군을 두는 제도를 기본으로 상정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하지만 분명히 해 둘 것은 이 제도는 실현 가능성의 유무 보다는 오히려 개헌 저지책으로써의 의의가 더 크다는 사실이다.

지난 글에서 필자가 동아시아조약기구(EATO) 연합군이라고 명명했던 것으로 독일이 앞선 선례로 거론 가능할 것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